공판준비기일…"김미화 퇴출은 부임 전 이미 확정 단계"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박원순 제압문건' 작성에 관여하는 등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공작에서 핵심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 측이 "직접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국장 측 변호인은 핵심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변호인은 "보편적 복지, 반값등록금과 관련해서 국정원 IO(정보담당관)들에게 직접 지시한 건 없다"면서 "(문건은) 내부 교육자료로 심리전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방송인 김미화씨 등 좌파 연예인 퇴출 공작 혐의에 대해선 "광우병 사태 이후 방송에서 소위 좌파 연예인이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2009년부터 쭉 추진된 것"이라며 "2010년 국장 부임 전에 이미 김씨 퇴출이 확정 단계였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보수단체 지원에 압력을 가한 의혹에 관해서도 "2009년부터 청와대에서 추진하던 기존 사업을 이어받아 약간 확대한 것"이라며 "국익정보국장으로서 주관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정치에 관여한 점에 대해선 깊은 반성과 사죄의 말을 드린다"면서 "공소사실이 피고인의 국익정보국장이라는 지위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절차를 끝내고 24일 첫 공판을 열기로 했다.
박 전 국장은 '박원순 제압문건' 작성에 관여하고, 박 시장이 당선된 2011년 선거 이후 국정원이 2012년 총선·대선에서 당시 여권의 승리를 돕기 위해 '선거 대응 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김미화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MBC 등 방송사에 압력을 넣고, 방송인 김제동씨와 가수 윤도현씨의 소속사 세무조사를 유도하는 등 정부 비판 성향으로 분류한 연예인 퇴출 공작을 실행한 혐의도 있다.
또 2011∼2012년 국정원이 전경련을 창구 삼아 십수억원 규모의 대기업 후원금을 보수단체에 연결해 준 '매칭 사업'을 주도한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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