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트랙 경험한 외국선수들 "9번 커브 너무 어렵다"

입력 2018-01-07 06:00  

평창 트랙 경험한 외국선수들 "9번 커브 너무 어렵다"
속도 줄이면 기록 늦고 줄이지 않으면 균형 잃는 '악마의 코스'
'개최국' 한국 선수한텐 유리하게 작용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9번 커브에서 12번으로 가는 길이 정말 정말 어려워요. 여러 선수가 그 지점에서 (사실상) 나가떨어졌어요."
6일 현재 국제루지경기연맹(FIL) 남자 세계랭킹 10위인 터커 웨스트(23·미국)는 지난해 2월 월드컵 겸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찾았다.
웨스트는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헛웃음이 나온다.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주행을 펼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역시 미국의 루지 대표팀 소속인 여자 세계랭킹 8위의 에밀리 스위니(25·여)도 당시 대회를 떠올리면서 "커브 조합이 너무 어려워 처음 내려올 때는 선수 생활을 하며 경험해본 적이 없을 만큼 많이 트랙의 얼음벽과 부딪혔다"며 혀를 내둘렀다.
선수들이 이토록 애를 먹은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한 달여 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의 시합이 열리는 경기장이다.

평창 트랙을 경험해본 세계의 선수들은 "어렵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선수들이 평창 트랙을 어려워하는 것은 트랙(2016년 10월 완공)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 아직 공략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과 FIL의 공식 인증을 받은 트랙이 약 20개 있는데, 저마다 길이와 모양이 제각각이다.
평창 트랙에는 총 16개의 커브 구간이 있다.
트랙의 전체 길이는 1천659m지만 종목마다 실제 경기가 열리는 구간의 길이는 조금씩 달라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1천376.38m, 루지 남자는 1천344.08m, 루지 여자·더블은 1천201.82m다.

9번 커브가 어렵기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선수 모두 마찬가지다.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한테도 평창 트랙은 만만치 않다.
'스켈레톤 황제'로 불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는 지난해 3월 평창 트랙을 경험한 뒤 9번 커브를 콕 집어서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곳이 아닌 데서 커브가 나타나 놀라게 된다"며 "그곳만 잘 미끄러져 나가면 좋은 경기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9번 커브는 회전 각도가 10도 안팎이고 속도가 시속 120㎞에서 100㎞ 정도로 떨어지는 구간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 커브를 빠져나오면 직선 주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미세하게 좌우로 휘어져 있는 10∼12번 코스가 나온다.
이 코스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9번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면 기록이 늦어지고,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균형을 잃고 벽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코스를 통과하는 루트를 찾기 쉽지 않다 보니 9번은 '악마의 코스'로 불린다.

하지만 이렇게 난도 높은 트랙은 한국 선수들한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썰매는 경기장마다 개성이 뚜렷해 해당 트랙을 많이 타본 선수일수록 공략해내기 쉽다는 점에서 개최국 선수가 크게 유리하다.
일반인은 썰매를 눈 위에서 타지만, 엘리트 스포츠로써 썰매 경기는 뱀처럼 굽이굽이 꼬인 트랙의 얼음 위에서 열린다.
트랙을 얼리고 얼음을 깎는 '아이스 메이커'가 개최국 선수한테 유리한 쪽으로 작업할 여지도 있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세계 썰매 선수들의 머리 일부 공간은 이미 평창 트랙의 9번 커브에 대한 고민으로 꽉 채워져 있다.
남자 스켈레톤의 윤성빈(24), 남자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33)-서영우(27) 등 한국 선수들도 좋은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9번 커브 공략법에서는 한결 유리한 위치에 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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