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들 "한 번으로 충분…체험 행사 없어 재방문 않을 것"
2013년 25만2천명 정점 찍은 뒤 방문객 반토막…개선 시급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해녀문화가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길래 박물관을 찾아왔어요. 한 번은 볼만하지만, 다시 찾아올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해녀의 역사성을 갖춘 우리나라 유일의 박물관인 제주해녀박물관에 대한 관람객의 평가는 냉정했다.
해녀박물관은 2006년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공원 인근에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천㎡ 규모로 건립됐다.
3개의 전시실과 어린이해녀관, 3층 전망대로 구성됐다.
제1전시실에는 '해녀의 생활'을 주제로 상군해녀였던 이남숙 해녀(1921∼2008)가 사용했던 생활용품과 해녀가 즐겨 먹던 음식, 신앙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제2전시실 주제는 '해녀의 일터'로 해녀들이 가슴에 안고 헤엄치는 태왁, 해산물을 채취할 때 쓰는 도구인 까꾸리와 빗창, 물안경인 왕눈과 눈곽 같은 물질도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해녀의 생애'가 주제인 제3전시실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들려주는 삶의 기억을 담은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다. 어린이해녀관에는 해녀처럼 숨참기와 같은 놀이시설과 책방 등 시설이 마련돼 있다.
해녀박물관을 찾는 연간 방문객은 얼마나 될까.
제주도 관광국과 제주해녀박물관에 따르면 개관 이듬해인 2007년 16만6천명, 2008년 20만7천명, 2009∼2012년 21만∼21만8천명, 2013년 25만2천명, 2014년 12만7천명, 2015년 13만5천명, 2016년 16만3천명, 2017년 17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방문객 수가 2013년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이듬해 반토막으로 줄어든 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2016년 11월 30일(에티오피아 현지시간)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지난 1년간 관람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기대했지만, 2017년 연간 방문객은 전년보다 1만5천190명 늘어난 17만8천258명이 찾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은 오히려 2016년(2만7천462명 증가)보다 도 훨씬 줄어들었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상황도 여전하다.
해녀박물관은 설립 3년 만인 2009년에 적자 규모가 1억원을 넘어서더니 2012년 2억1천만원, 2013년 3억3천만원으로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해녀 캐릭터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등 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인해 간신히 2016년 9천900만원, 2017년 8천600만원 규모로 적자를 줄어들었다.
해녀박물관은 기념품 숍의 다양한 개발상품과 해녀캐릭터 상품을 개발해 입장료 외에 기타수입 증대를 꾀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29일부터는 재고물품을 소진할 때까지 50∼65%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녀박물관을 찾은 강모(40·제주시)씨는 "해녀의 문화와 역사를 느끼기에 충분해 보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해녀문화에 대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재방문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며 "어린이해녀관은 일반적인 놀이방 수준을 벗어나지 않아 특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도는 해녀박물관 부지에 총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제주는 물론 전국의 해녀와 일본의 해녀 등의 삶과 지역별·국가별 특색을 한데 모은 해녀종합전시관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명 '해녀의 전당' 건립사업으로, 일제강점기에 수산물 수탈과 민족 차별에 항거한 해녀들의 항일운동 집결지였던 제주 해녀박물관 일대를 해녀문화의 메카로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홍충희 제주도 해녀문화유산과장은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 지원사업에 대한 신청서를 2월 중에 제출하면 연말께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정이 되면 내년 실시설계에 들어가 2020년에 착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녀의 공동체 문화를 지키고 현대적 가치를 재확인하기 위한 해녀의 전당이 만들어진다면 해녀박물관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공연과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b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