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다시 내각 손들어줘…"3개월 새 세 번째 권한 정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친러시아 성향 대통령과 친서방 내각 간의 갈등으로 3개월 새 대통령의 권한이 세 차례나 일시 정지되는 정치 혼란이 빚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몰도바 헌법재판소는 5일(현지시간) 의회가 채택한 '외국선전법' 공표를 두 차례나 거부한 이고리 도돈 대통령의 권한 일시 정지를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의회가 채택한 법률에 대해 한 차례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의회가 재차 법률을 승인하면 이를 공표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두 차례의 법률 공포 거부로) 고의로 헌법적 책임 이행을 거부했으며 이에 권한을 일시 정지한다"고 밝혔다.
재판소는 그러면서 법률 공표권은 총리나 의회 의장에게로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도돈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외국선전법은 몰도바 국민의 정보 획득에 관한 자유를 공개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어떤 이유로도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법률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초 몰도바 의회가 채택한 외국선전법은 지난 1993년 발효한 '유럽초국가방송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에서 제작된 TV·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영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러시아 프로그램도 금지 대상이 됐다.
하지만 러시아에 우호적인 도돈 대통령은 이 법률에 대한 서명을 두 차례나 거부했다.
이에 집권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이 헌법재판소에 대통령의 법률 공표권을 정지시켜 달라고 신청했고 재판소가 내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몰도바 헌법재판소는 앞서 지난 2일 2명의 부총리와 5명의 장관에 대한 임명 승인을 두 차례나 거부한 도돈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 정지하고 임명 승인권을 총리나 의회 의장에게로 넘기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에도 국방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총리가 충돌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이 일시 정지됐고 뒤이어 의회 의장이 장관 임명안에 서명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11월 결선 투표 끝에 대통령에 선출된 친러시아 성향의 도돈은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는 파벨 필립 총리 내각과 줄곧 갈등을 빚고 있다.
내각책임제를 통치 체제의 근간으로 채택하고 있는 몰도바에서 대통령은 제한적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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