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남용해 살인사건 증거 은폐한 혐의 인정"…사카슈빌리 "정치 탄압"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서 반정부 운동을 이끄는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조지아 대통령에게 조지아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트빌리시법원은 5일(현지시간) 피고 궐석재판에서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에게 권한남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리고, 3년형을 선고했다.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트빌리시법원은 피고가 2006년 당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조지아 금융계 인사 산드로 기르그블랴니(사망당시 28세) 살인사건의 증거를 은폐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기르그블랴니는 2006년 1월 조지아 내무부 고위인사와 술집에서 심하게 말다툼을 한 것이 목격된 이튿날 수도 트빌리시 외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에 가담한 4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이 3년 후 그들을 모두 사면했다.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이 "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사법당국이 자신에게 조직범죄 가담 혐의를 적용한 것을 거론하면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권력집단이 나를 탄압하는 데 공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카슈빌리는 2004∼13년 2기에 걸쳐 조지아 대통령을 지내며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강력한 친서방 노선을 펼쳐 러시아와 갈등을 빚었다.
3선에 실패한 뒤 우크라이나로 이주했고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를 남부 오데사주(州) 주지사에 임명했다.
조지아 국적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국적을 부여받은 그는 친유럽 정책을 계속 추진했으나 중앙정부와 심각한 갈등을 겪다 결국 포로셴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이후 한동안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가 작년 9월 재입국해 반정부 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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