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크래쉬 시나리오 쓴 유명 감독
소송 제기 여성들 "사무실 등으로 불러내 성폭행 시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캠페인이 촉발된 미국 할리우드에서 또다시 거물급 작가 겸 감독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2년 연속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폴 해기스(64)에 대해 3건의 성폭행 관련 민사소송이 추가로 제기됐다.
앞서 지난달 중순 영화 홍보담당자 헤일리 브리스트는 지난 2013년 영화 개봉 행사를 마치고 해기스가 한 아파트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기스는 2005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2006년 수상작 '크래쉬'의 시나리오를 썼다. 크래쉬는 본인이 직접 연출을 맡기도 하는 등 할리우드의 유명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해기스는 브리스트에게 집에 태워다주겠다고 한 뒤 술을 한잔 하자며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집에 들어서자 해기스는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그녀에게 입맞춤을 했고, 이어 자신의 침실로 데려가 옷을 찢고는 성폭행했다.
그녀는 저항했지만, 해기스의 행동을 막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새롭게 제기된 3건의 성폭행 혐의는 1996∼2015년 발생했다
3명의 여성 모두 당시 엔테테인먼트 업계에 막 들어선 신참들로 해기스가 작품 제작이나 일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자는 식으로 자신의 개인 공간이나 이와 비슷한 장소로 불러낸 뒤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1996년 당시 28세였던 한 TV 프로그램 홍보담당자는 해기스가 프로그램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무실로 부른 뒤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 여성은 2000년대 중반 밤늦게 TV 프로그램 관련 미팅을 요구해 해기스의 사무실로 가자 "나는 아내와 혼외정사에 대해 합의했다"며 그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를 뿌리치고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전했다.
이들 여성은 브리스트의 소송 제기 사실과 '미투' 캠페인을 보고 용기를 얻어 이번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해기스는 그러나 자신에게 제기된 성폭행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해기스의 대리인인 크리스틴 레페라는 "그는 아무도 성폭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브리스트가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는 900만 달러를 내놓으라고 했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맞소송을 제기했다.
해기스에게 제기된 이 같은 성폭행 혐의는 '미투' 캠페인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투' 캠페인은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이 일파만파 퍼지며 시작됐다.
뒤이어 여성들이 앞에 나서 피해 사례를 스스로 폭로했고, 재발방지를 위한 여성들의 구체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지난달 초 '올해의 인물'에 성희롱·추행·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선정됐다고 밝히고 이 여성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로 명명했다.
타임 표지 사진에는 와인스틴의 성추문 피해자인 영화배우 애슐리 저드를 비롯해 우버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포함됐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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