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친숙해" 할리우드 영화 속 한글 간판·강남역

입력 2018-01-07 14:00   수정 2018-01-07 18:45

"이제는 친숙해" 할리우드 영화 속 한글 간판·강남역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오는 1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다운사이징'은 기상천외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노르웨이의 한 연구소가 인구과잉 해결책으로 인간을 10㎝ 안팎으로 축소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던 주인공 폴(맷 데이먼)이 이 시술을 받은 뒤 겪게 되는 뜻밖의 경험을 그린다.
이 영화에는 한국의 강남역과 가락시장이 등장한다. 혁신적인 다운사이징 기술이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파를 탈 때 세계인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즐비한 강남역에 모인 젊은이들과 수조를 배경으로 TV 앞에 모인 가락시장 상인들이 뉴스를 보며 놀라는 장면이 담겨있다.
'포차'나 '킹크랩'과 같은 한글 간판이 눈에 띈다. '다운사이징' 촬영팀은 한국적인 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국내 곳곳을 돌아다닌 끝에 두 장소를 골랐다고 한다.



2012년 '본 레거시' 이후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한글 간판과 낯익은 장소를 발견하는 것은 더는 신기한 일은 아니다.
'본 레거시'는 할리우드 상업영화가 한국을 촬영지로 선택한 첫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 영화 속 한국 장면은 1분 30초 분량이지만, 촬영팀은 일주일간 머물며 서울 강남역과 테헤란로, 한강 전경 등을 담았다.



서울 한복판에 거대 괴수가 나타난다는 설정의 앤 해서웨이 주연 영화 '콜로설'(2016)도 부천 상동과 여의도 한강 일대에서 촬영됐다. 영화 속 한국 촬영분은 전체 상영 시간 109분 가운데 17분 정도로 꽤 비중이 높은 편이다.
마블 스튜디오도 한국을 촬영 장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어 다음 달 개봉을 앞둔 '블랙팬서' 도 한국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블랙팬서' 예고편을 보면 부산 광안대교 추격신이 제법 박진감 있고 비중 있게 다뤄져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마블이 한국을 촬영지로 활용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마블 영화가 인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우 수현을 기용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국내에서 1천50만 명을 불러모아 북미를 제외한 국가 중 최대 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에서 한국 분량은 총 141분의 상영 시간 중 20분 안팎이다.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은 C.B 세블스키 마블 스튜디오 부사장은 "한국 팬들이 마블에 보여준 사랑을 우리도 되갚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시한 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한국인 히어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국 촬영은 아니지만, 할리우드 영화에는 케이팝이 등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DC의 슈퍼히어로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플래시가 케이팝 마니아로 설정돼 블랙 핑크의 '마지막처럼' 뮤직비디오와 노래가 삽입됐다.
영화계는 할리우드 영화 속 한국의 등장은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영화 시장은 연간 관객이 2억 명이 넘는 세계 7위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 효과 등을 누리기 위해 해외 영화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현재 해외 영화를 한국에서 촬영할 경우 한국 촬영 제작비의 20∼25%를 지원하고 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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