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좌석과 떨어진 짐칸에 짐넣고 다른 승객 짐 터는 수법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을 오가는 여객기에서 기내 도둑이 기승을 부려 해외 중국 대사관이 주의보까지 발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출발해 체코 프라하로 향하던 중국 하이난(海南)항공 'HU7937'편 여객기가 도착하기 30분 전, 한 승객이 머리 위 짐칸에 넣어두었던 자신의 가방에서 현금이 도난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놀란 승객이 이 사실을 알리자 다른 승객들도 부랴부랴 자신의 가방을 점검했고, 십여 명의 승객들이 자신의 현금이 도난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이 도난당한 현금은 적게는 240달러(약 25만원)에서 많게는 5천 달러(약 530만원)에 달했다.
승무원들이 긴급하게 수색에 나선 결과 한 40세 중국인의 자리 밑에서 지폐 더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남성의 좌석 베개 밑에서도 쑤셔 넣어진 달러 뭉치가 발견됐고, 이 남성은 착륙 후 즉시 체포됐다.
이 남성의 공범 2명이 더 있었으나, 도중에 벨라루스행 비행기로 갈아타 체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중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사건 발생 후 닷새 뒤인 지난 3일 주체코 중국 대사관은 주의보를 발령해 비행기에 탑승할 때 거액의 현금을 지니지 말고, 소지품에 항상 신경을 쓸 것을 당부했다. 또한, 도난 사건은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해외 화교를 위한 공식 웹사이트인 '중국교망'(僑網·Chinaqw.com)은 중국인 여행객을 목표로 삼은 기내 도둑이 최근 수년 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교망에 따르면 이들은 두세 명이 한 패거리를 이룬 후 일부러 자신의 좌석과 상당히 떨어진 짐칸에 가방을 집어넣고, 목표로 삼은 피해 승객이 잠들거나 화장실을 가기를 기다렸다가 절도 행각을 벌인다.
이들은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전화, 지갑 등 나중에 보안 검사에서 들킬 수 있는 물품은 최대한 피하고 오직 현금만을 노린다. 지갑에 일부 현금을 남겨둬 피해자가 도난 사실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고단수를 쓰기도 한다.
홍콩 경찰도 홍콩과 아시아 각국을 오가는 여객기에서 도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달 27일에도 한 중국인이 홍콩에서 브루나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현금 2천 달러(약 210만원)을 훔치다가 붙잡혀 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2016년 홍콩으로 향하던 여객기 내에서 발생해 신고된 절도 사건은 모두 22건이며, 피해액은 813만 홍콩달러(약 11억원)에 달했다. 범인을 체포한 사건은 12건이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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