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본질은 통합"…'통합안 부결' 우려 속 '先사퇴' 중재안 선긋기
반대파 "정체성이 본질, 전대 인정 못해" 압박…"개혁신당 확실히 창당"
중립파, 연쇄회동 '불씨 살리기'…통합파·반대파 '제 갈 길' 박차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기자 =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당 내홍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가 7일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중립파가 '안 대표가 조기 사퇴하고 중립 인사가 당을 맡아 전대에서 통합 투표를 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사실상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양측의 입장차만 부각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8일부터 찬성파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반대파는 '개혁신당'(가칭) 창당 행보를 본격화하는 등 '제 갈 길'을 가는 데 힘을 쏟고 있어 '분당 시계'가 더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재안과 관련해 "본질은 통합"이라며 "75% 당원이 통합에 찬성했다. 정당은 당원 뜻을 따르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안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차피 안 대표는 통합 이후에는 백의종군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이전에 물러나라는 것은 통합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는 안 대표가 물러날 경우 통합론의 동력이 순식간에 약해지면서 전대에서 통합안이 부결되는, 안 대표에게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대표는 이날 주승용 의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사퇴하더라도 통합이 안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안 대표를 비롯한 찬성파는 8일 바른정당과 '통합추진협의체' 2차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통합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안 대표도 최근 귀국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만나기로 하는 것은 물론, 중립·반대파 의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고 집을 찾아가는 등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찬성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중재안은 그야말로 일부 의원들의 의견일 뿐 결정적인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며 "당원들의 생각이 통합에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말했다.
통합 반대파 역시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여수 마라톤대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재안은 통합을 반대하면서 당을 살리려는 충정이지만 성공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파 의원 모임인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대표를 맡은 조배숙 의원도 통화에서 "안 대표가 조기 사퇴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설사 안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통합을 의제로 삼는 전대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운동본부 최경환 대변인 역시 통화에서 "햇볕정책을 비롯한 대북정책 문제 등에서 정체성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문제를 제쳐놓고 중재안을 수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주 운동본부는 광주(9일), 전남(11일), 전북(14일)에서 기초선거 출마예정자 및 당원들과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개혁신당을 통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알려내며 텃밭의 여론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안 대표가 통합신당 창당을 밀고 나간다면 우리는 확실히 개혁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중립파 의원들은 연쇄회동을 계속하는 등 중재안 불씨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중립파 황주홍 의원의 경우 이날 오후 통합반대파 의원들과 비공개로 회동한 데 이어, 저녁 식사는 중립파 의원들과 함께하면서 이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양측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입장을 좁히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통합찬성파는 전대의 정상적 개최가 어렵다는 점, 반대파는 개혁신당 창당작업이 만만찮다는 점 등 양쪽 모두 약점이 있다. 극적으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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