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핵심 인사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방한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총리격인 칼둔 행정청장은 UAE의 지도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최측근이라고 한다. 임 실장이 작년 12월 초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제를 예방했을 때도 배석했다. 우리나라에 원전 사업을 발주한 UAE 원자력공사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청와대 안팎에선 그동안 '칼둔 청장이 방문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이 나왔다. 그의 방한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칼둔 청장의 국내 일정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8일 오전 전용기 편으로 입국해 1박 2일 일정을 소화하고 출국한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청와대도 "UAE 인사 방문과 관련해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는 건 확정적인 듯하다. 칼둔 청장이 모하메드 왕세제의 친서를 갖고 온다는 말도 들린다. 문 대통령의 UAE 방문 문제가 논의될지도 관심거리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7일 모하메드 왕세제와 통화하면서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UAE 의혹의 당사자인 임 실장도 만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임 실장의 UAE 특사방문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임 실장은 지난해 12월 9일 2박 4일 일정으로 UAE를 방문했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지 청와대는 'UAE 아크 부대와 레바논 동명 부대 장병 격려'가 목적이라고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바로 전달 야크 부대를 격려 차 방문한 바 있어 자유한국당 등에서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 후 이런저런 의혹이 꼬리를 물자 청와대는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양국관계 복원', '대통령 친서 전달' 등 다른 해명을 내놨다. 보수 진영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의 UAE 원전 계약과 군사협력 양해각서(MOU) 수정,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아크 부대 축소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느낌이 든다. 피치 못할 사정은 있었겠지만 불필요하게 의혹을 키우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한국당은 이 문제를 국정조사까지 끌고 가려는 것 같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총무는 "UAE 의혹 국정조사는 야 3당이 공조하기로 했다"며 "국회의 모든 역량을 갖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대체로 동조하는 기류인 듯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익을 훼손하는 정치공세"라며 국정조사 주장을 일축했다. 여권 일각에선, 잘못 건드리면 '과거 보수정권의 치부가 드러나고 국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에 대해 '처음 설명한 것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UAE 왕세제 등과 나눈 대화 내용은 외교적 관례상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국익이 걸린 외교 문제를 시시콜콜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느 나라든 그런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미 의혹이 크게 불거진 상태인지라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가라앉기를 바라기도 어렵다. 칼둔 청장의 방한을 계기로 어떤 형식으로든 매듭짓는 게 좋다. 칼둔의 입을 통해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될 만한 발언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야당도 의혹에 불을 지피는 데만 매달리는 건 자제해야 한다. 칼둔이 와도 외교적 사안의 특성상 완전히 속 시원한 해명은 어려울 수 있다. 합리적 논거조차 없이 그런 부분만 물고 늘어지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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