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점 차 리드 지키지 못하고 마지막 프리에서 무너져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맏형' 이준형(단국대)은 시상대에 올라설 때도, 갈라쇼 무대를 펼칠 때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20.29점을 리드하다 마지막 고비에서 무너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잃은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관중들이 퇴장하고 모든 무대의 막이 내린 뒤, 이준형은 조용히 은반 위로 나왔다.
그는 절친한 동료인 김진서(한국체대)와 포옹을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준형은 7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 3차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최악의 연기를 펼쳤다.
연기 도중 두 차례나 넘어졌고, 스케이팅 기술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전까지 2위 차준환을 20.29점 차이로 앞서 이변이 없다면 평창올림픽 출전이 확실시됐지만, 역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준형은 146.18점을 받았고, 차준환(휘문고)은 거짓말처럼 개인 최고 점수인 168.60점을 획득해 1, 2, 3차 선발전 총점 2.13점 차이로 역전했다.
눈앞에서 꿈의 무대가 사라진 이준형은 눈물을 참다가 모든 무대가 끝난 뒤 굵은 눈물을 은반 위에 떨어뜨렸다.
이준형은 비운이 많은 선수다. 그는 2014년 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2015년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면서 고꾸라졌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 속에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지난해엔 혜성처럼 등장한 차준환에게 에이스 자리를 빼앗겼다.
이준형은 올 시즌 이를 악물었다. 통증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전략도 세웠다. 차준환과 김진서가 쿼드러플(4회전) 점프 개발에 몰두한 사이, 트리플 점프로만 안정된 프로그램을 짜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1~2차 올림픽 선발전에서 모두 우승했다.
그는 지난 9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해 종합 5위에 올라 2002년 이후 16년 만에 한국 남자 싱글 올림픽 출전권을 따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준형은 자신이 따온 출전권을 눈앞에서 차준환에게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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