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학회서 트럼프 1년 쓴소리…"한국, 서비스부문 부각해야" 조언
"증시 호조, 트럼프와 무관…감세로 재정적자 우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증시가 역대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경제 석학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비롯한 보호무역 기조에 대해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4일부터 7일(현지시간)까지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2018 전미경제학회(AEA)에서다.
이번 전미경제학회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주요 거물급 경제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 "한미FTA 재협상은 큰 실수" = 거물급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부터 도마 위에 올렸다.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은 잘못된 가설에 근거한 것"이라며 "무역수지는 저축·투자의 거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제로섬'으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와의 통상협정이 파기되면 미국도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미국은 상품수지에서는 적자이지만 서비스수지에서 흑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자동차 때문에 FTA 재협상을 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자동차 무역수지는 전적으로 한국·미국산 자동차의 제품경쟁력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설사 미국에 불리한 조항이 있더라도 이미 체결돼 시행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재협상 압박이 한미 안보 협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에 대해서도 "서비스부문을 강하게 부각해야 한다"며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FTA, 세계무역기구(WTO)는 모두 미국에 유리하다"면서 "이런 것들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중상주의로 간다면 결국 미국의 수출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압박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키기 힘들다"면서 "설사 갈등이 불거지더라도 협상력에서 중국에 밀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보호무역 기조는 미국의 소프트파워와 리더십만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 "증시 호조, 트럼프와 무관…자화자찬 말라" = 곧 취임 1주년을 맞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대대적인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제개편에 따른 투자 확대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겠지만, 국가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고, 스티글리츠 교수도 "감세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성 낙관론에 대해서도 비판을 내놨다.
서머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로 부각하는 증시 상승세는 글로벌 트렌드"라며 "미국은 글로벌 증시를 따라가는 상황이지, 결코 선도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선도하는 구조라면 자금이 유입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야 하지만, 오히려 지난해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의 경기 호조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는 무관한 글로벌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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