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얼룩진 2014년 소치 대회 '반면교사'
도핑 조작 러시아 선수단 출전 금지, 사상 최대 규모 사전 테스트 시행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약물과의 전쟁'에 대한 의미가 각별하다.
직전 대회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약물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개최국 러시아가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폭로되면서 역대 올림픽 사상 도핑 문제가 가장 크게 불거진 대회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러시아의 도핑 조작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산하 모스크바 실험실 소장을 지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의 폭로와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의 보고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에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위원회가 펴낸 맥라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국 선수 1천 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원래 따냈던 메달 33개 가운데 13개를 박탈당했다.
메달 순위도 러시아는 대회 폐막일에는 금메달 13개로 종합 1위였으나 금메달만 4개가 무효로 처리되면서 금메달 11개의 노르웨이, 10개의 캐나다, 9개의 미국에 이어 4위로 밀려났다.
이런 사태가 직전 동계올림픽에서 벌어진 만큼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클린 올림픽'에 대한 세계인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우선 러시아가 도핑 조직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아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 선수들 가운데 IOC의 약물 검사를 통과한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나올 수 있다.
다만 러시아 국기를 유니폼에 달지 못하고 오륜기를 달아야 하며, 소속 역시 러시아를 뜻하는 'RUS'가 아닌 'OAR(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로 표기된다.
금메달을 딸 경우 시상식에서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또 평창올림픽 개막 전까지 IOC는 2만 번의 사전 도핑 테스트를 시행, 올림픽에 약물이 발붙일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로 했다.
리처드 버젯 IOC 의무과학국장은 지난해 12월 초 "11월까지 4천 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7천 건의 사전 도핑 테스트를 마쳤다"며 "앞으로 올림픽 개막까지 더 많은 도핑 테스트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62개 나라의 4천 명 이상의 선수가 약물 검사를 받았는데 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같은 기간에 시행된 사전 도핑 테스트 횟수와 비교해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도핑 조작 혐의를 받는 러시아 선수단 출전을 불허하고, 60개국 이상의 선수를 대상으로 사전 도핑 테스트를 하더라도 올림픽 기간에 약물을 잡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IOC는 독립도핑검사기구(ITA)를 조직해 이번 대회 기간에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IOC는 WADA와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 도핑 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 등과도 연계해 '클린 올림픽'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대회 기간 도핑 검사는 경기 기간 중 검사와 경기 기간 외 검사로 나뉘며 소변과 혈액 등을 채취해 도핑 여부를 가리게 된다.
경기와 무관한 시간과 장소에서 불시에 선수를 찾아가 실시하는 경기 기간 외 검사는 물론 대회 종료 이후에도 10년간 시료를 보관해 분석 기술 발달에 따른 재분석으로도 도핑을 사후 적발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역대 동·하계 올림픽 가운데 최대의 약물 스캔들이 된 남자 육상 100m 벤 존슨(캐나다)의 도핑을 적발해낸 경력이 있을 만큼 앞선 도핑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 권오승 센터장은 "대회 참가 선수들의 4천 개 소변 시료 속 400여 종의 약물을 검사하기 위해 대회 기간 136명의 연구 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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