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연정협상 순조로운 첫삽…유럽격변 대응필요에 공감대

입력 2018-01-08 10:27  

독일 대연정협상 순조로운 첫삽…유럽격변 대응필요에 공감대
메르켈 "타결된다" 자신…사민당수 "저지선 안둔다" 화답
난민·건강보험 통합 등 핵심쟁점…사민당내 연정반대론도 난제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7일(이하 현지시간) 시작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대연정 협상이 일단 순조로운 분위기로 첫발을 내디뎠다.
3당 대표가 열린 마음으로 회담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새로운 정치 스타일에 공감하는 등 첫날 협상에서 일부 성과도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협상장인 사민당 당사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매우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또 "앞으로 며칠간 할 일이 엄청나게 많지만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도 "우리는 어떤 레드라인(논의를 거부할 한계)도 긋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슐츠 대표는 다만 "붉은(사민당을 나타내는 색깔) 정책을 가능한 한 많이 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민당과 난민문제 등에서 견해차가 큰 기독사회당의 호르스트 제호프 대표도 "어떤 엄격한 조건도 없이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협상타결 의지를 내비쳤다.
첫날 협상이 끝난 후 라르스 클링베일 사민당 사무총장은 3당을 대표해 "3당 대표들은 모두 발언에서 주어진 선거결과를 봤을 때 우리는 예전과 같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클링베일 사무총장은 "글로벌 정치 상황, 유럽 상황, 독일 하원의 구성은 모두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정치 스타일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5개 정책 분야를 다루는 실무 그룹 가운데 일부는 중요한 진전을 이뤘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협상은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고 건설적"이라면서 "참석자들 모두 독일과 유럽의 미래를 위해 가진 책임감을 인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당은 협상 기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기민·기사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의 연정 협상 기간이 참석자들의 한 언론 인터뷰가 분위기를 망쳤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메르켈 3기 내각에서 대연정을 하고 있는 3당이 그만큼 협상타결에 공을 들인다는 뜻이다. 사민당은 메르켈 1기 내각에도 참여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사민당이 제1야당을 선언하고 진보 정체성의 재확립을 추진하다가 연정협상에 참여하기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사민당 내부에 대연정 반대를 뜻하는 'NoGroKo'라는 그룹이 결성됐을 정도다.
이 그룹은 대연정에 또 참여하면 지지기반을 더 잃고 지난 총선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제1야당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는 11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협상도 예비협상이다.
사민당 지도부가 5일간의 협상을 거쳐 공식 협상을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오는 21일로 예정된 사민당 전당대회에서 추인받아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난민과 조세, 복지 등에서 이미 상당한 견해차를 보인다.
기민·기사 연합은 연간 난민 유입 상한선을 설정하고 해외에 있는 난민 가족의 유입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사민당은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사민당은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뉜 건강보험의 통합을 내세웠지만, 기민·기사 연합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 때문에 협상 결렬 후 재선거가 치러지거나 소수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사민당이 제안한 '협력연정'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력연정은 굵직한 정책노선만 합의하고 이견 있는 정책은 의회 토의로 풀어가자는 느슨한 형태의 연정이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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