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 자격 '부모 호적'→'능력'…中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입력 2018-01-08 10:57   수정 2018-01-08 12:20

도시민 자격 '부모 호적'→'능력'…中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
신간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에는 '농민공'(農民工)이라는 독특한 계층이 존재한다. 농민공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빈곤층 노동자를 가리키는데, 2015년 기준 2억7천747만명으로 집계됐다.
농민공은 도시에서 살지만, 호적상 거주지는 여전히 농촌이다. 도시와 농촌을 분리하고 시민과 농민을 나누는 '도농이원구조'에 바탕을 둔 발전 전략을 추진해온 중국 정부는 대학 입학이나 입대, 혼인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농민에게 도시 시민권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농민공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중국 정부는 새로운 도시화 정책을 꾀하게 됐다. 부모의 호구(戶口·호적)뿐만 아니라 능력에 따라 시민권을 제공하는 '점수적립제 도시거민호구 취득'(이하 점수적립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박철현 국민대 HK연구교수는 신간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에 게재된 논문 '중국에서 도시민이 된다는 것'에서 점수적립제의 지역별 사례와 전망을 분석했다.
중국에서 점수적립제가 가장 먼저 시행된 도시는 광둥성 중산(中山)이다. 중산은 2010년에 점수적립제를 시작해 2013년까지 농민공 1만765명을 시민으로 받아들였다. 시민이 되기 위한 점수는 학력, 기술, 주택 보유 등을 기준으로 책정했다. 이후 점수적립제는 상하이, 베이징, 톈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박 교수는 중국에서 점수적립제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도시의 유효 수요를 창출해 경기를 부양하고, 기존의 도시화로 초래된 각종 모순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는 시민권이 부모의 호구에 따른 생득적 권리였지만, 점수적립제가 도입되면서 시민권 개념의 구성에 커다란 변환이 예고됐다"며 "능력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중국식 도시사회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새로운 도시화가 농민공의 위계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농민공의 능력이 각종 지표 점수로 환산돼 점수에 따라 농민공의 서열이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박 교수는 점수적립제가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시민권은 사회·경제적 권리의 성격이 강하고, 정치적 권리는 결국 공산당과 국가 권력의 상층부에 속하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를 도시라는 관점으로 살펴본 책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에는 모두 25편의 글이 실렸다. 1권은 1949년부터 개혁·개방이 선언되기 전인 1978년까지의 사회주의 시기를 다뤘고, 2권은 1978년 이후 개혁기를 조명했다.
역사비평사. 1권 348쪽, 1만7천원. 2권 516쪽, 2만3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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