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호흡 없으면 심장충격기, 의식 있으면 체온 낮춰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 6일 오후 4시께 부산 남구의 한 목욕탕 온탕에서 A(83) 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엎드린 채 쓰러지며 얼굴이 물속에 들어갔는데도 A씨는 일어서지 못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A씨는 다행히 이날 목욕탕을 찾은 대한손상예방협회 배석주(57) 사무총장의 눈에 띄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배 사무총장은 응급구조사이자 미국 의료협회가 인정하는 재난 의료 전문과정 3개를 모두 수료한 30년 차 전문가다.
배 사무총장은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A씨를 온탕 밖으로 신속히 빼냈다.
A씨는 의식이 저하된 상태였지만 미약하게 호흡을 하고 있었다.
배 사무총장은 A씨의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을 급선무로 삼았다.
추운 겨울 온탕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가 몸에 열이 과도하게 올랐는데도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고 쇼크로 쓰러진 것으로 판단해서다.
배 사무총장은 냉탕에서 물을 퍼낸 뒤 손으로 A씨의 팔과 다리에 차가운 물을 흩뿌렸다.
그런 뒤 서서히 심장과 머리 쪽으로 부위를 옮기며 냉수를 흩뿌려 체온을 떨어뜨렸다.
배 사무총장은 "심장이나 머리에 갑자기 찬물을 뿌리면 심장에 쇼크가 올 수도 있다"면서 "반드시 심장에서 먼 곳부터 물을 서서히 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다행히 체온이 떨어지면서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다.
배 사무총장은 겨울철 노인들에게 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주변 도움을 즉시 받지 못한 경우 돌연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11시 50분께 북구 덕천동의 한 목욕탕에서 B(85) 씨가 온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달 22일 오후 2시 45분께도 부산의 한 목욕탕 온탕에서 C(71) 씨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배 사무총장은 이런 노인들을 발견할 경우 의식과 호흡 반응을 먼저 정확히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의식과 호흡이 있는 경우 앞서 배 사무총장이 한 것처럼 체온을 내리는 게 급선무다.
아예 의식이 없는 경우는 먼저 환자의 기도를 확보한 뒤 다중시설에 비치된 심장충격기(제세동기)를 사용해야 한다.
배 사무총장은 "의식을 잃으면 혀가 말리면서 기도를 막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고개를 젖혀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그 다음 어깨를 꼬집어 통증 반응을 확인한 뒤 반응이 없으면 심장충격기를 바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사무총장은 지속적인 가슴 압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사무총장은 "가슴 부위를 압박하면 혈류가 움직여 뇌 손상이 줄어든다"면서 "119나 전문가가 도착할 때까지 절대 중단하지 말고, 인공호흡을 병행하려고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보다 가슴 압박을 계속하면 소생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논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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