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서 태아 생식기능 저하로 불임 유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임신부의 경우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 복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연구결과가 또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의대 데이비드 크리스텐센 박사팀은 임신한 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을 투여하고 암컷 새끼의 생식체계 변화를 살펴본 3건의 기존 실험 결과를 종합 분석, 암컷 새끼의 생식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기존에 크리스텐센 박사팀이나 다른 연구팀들의 동물실험에선 임신 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을 투여하면 수컷 새끼의 기형 고환과 정자가 늘고 남성호르몬이 감소했다는 점이 이미 밝혀져 있다.
또 아세트아미노펜 투여 쥐의 수컷 새끼의 경우 성욕을 통제하는 부위인 '성적 이형 핵'의 신경세포 수가 투여하지 않은 경우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동물의 동성애 성향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리스텐센 박사팀은 이번엔 암컷 새끼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그 결과 암컷 새끼의 난모세포가 아세트아미노펜을 투여하지 않은 암컷 새끼 쥐에 비해 난모세포 수가 적었다.
쥐와 사람은 모두 태어날 때 평생 사용할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 정확하게는 난모세포를 지니고 태어나 성장한 뒤 난자로 생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난모세포 수가 적으면 그만큼 성인이 되어서 배란할 난자 수가 적어 임신에 성공할 가능성도 줄어드는 것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파라세타몰이라고도 하며, 다른 약과 달리 기형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의사 처방 없이 임신부의 해열·진통제로 널리 사용돼 왔으며 일부 소염 효과도 있다.
크리스텐센 박사는 쥐와 사람의 생체반응이 다를 수 있어 이런 변화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로 확인할 필요가 있으나 어쨌든 이런 연구결과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로선 연구팀이 의학적 권고를 할 수는 없으며, 다만 임신부는 이런 약물을 함부로 사 먹기 보다 의료진과 상의해 조언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간에 대해선 이런 생체실험을 할 수 없으므로 기존 복용자와 비복용자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하는 역학적 연구와 함께 다양한 동물실험을 추가로 병행한 뒤 이를 종합해 아세트아미노펜과 생식력 저하 간 관계를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크리스텐센 박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내분비학 분야 국제학술지 '엔도크린 커넥션'(Endocrine Connections)에 실렸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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