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화재 3년] ② 또 드라이비트로…교훈은 없었다

입력 2018-01-09 06:29   수정 2019-02-12 16:42

[의정부화재 3년] ② 또 드라이비트로…교훈은 없었다
주차공간 좁고 스프링클러는 없어…도시형 생활주택 우후죽순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최재훈 기자 = "제천 참사가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비슷하다는 말이 나왔을 때 결국 또 그런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이 났던 이 동네조차 전혀 바뀐 게 없거든요."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주택가 골목.
도시형 생활주택들이 밀집한 이곳에서 3년 전 이맘때 큰불이 났다.
그날도 새해 주말 아침이었다. 주차장에서 시작된 평범한 불은 순식간에 인근 도시형 생활주택 3개로 번졌다. 도시형 생활주택 3동 253가구와 인근 숙박시설 1동, 단독주택 3동, 차량 63대가 불에 탔다. 5명이 숨졌고,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건물 간 좁은 거리,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의 위험성, 소방차를 막아서는 주차 문제 등 안전을 내팽개치다시피 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3년 만에 다시 찾은 화재 현장은 반성을 무색하게 하며 그날의 아침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당시 불에 탔던 아파트 건물 1층에는 여전히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달라진 점은 처음 불이 났던 대봉아파트의 이름 정도였다. 대봉아파트는 화재 이후 이름을 바꾸고 리모델링으로 다시 태어났다.
인근 부동산 업주 A씨는 "불이 난 후 당시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떠났고 현재는 새로운 입주민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세입자들 비율이 높은 편이고, 현재는 공실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서 있을 정도의 건물 간 거리는 여전히 좁았다. 부동산 관계자는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운 게 아니라 불이 난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새로 단장했기 때문에 건물 간 간격은 당연히 예전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3년 전 화재 당시 건물 간 좁은 간격은 연통 역할을 하며 불을 아래서 위로 삽시간에 번지게 했다.
한 남성 주민은 필로티 1층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가며 "불이 나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정도 월세의 건물은 다 마찬가지"라며 "다시 그런 화재가 안 나길 바라는 것 말고 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차 문제도 똑같았다. 여전히 좁은 이면도로에는 차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일반 차량이 간신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4∼5m가 필요한 화재 진압 차량 활동 공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소방 관계자는 "특히 고층 구조를 위한 사다리차가 진입해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아웃 트리거를 펼치기 위해서는 최소한 5m의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지금과 같아서는 현장에 또 불이 난다면 소방관이 호스를 들고 뛰는 방법밖에 없다"며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하며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을 주차금지 지역으로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공론화되지도 못했다. 주민들과 인근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현장 인근에서 가게를 경영하는 업주 B씨는 "주거용 건물이 많은 동네인데, 각 주택 1층 필로티 주차장으로는 절대 차를 다 주차할 수 없다"라며 "동네에서는 공간이 조금만 생기면 새로운 주거용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데 그 많은 차는 어디로 가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건물 외벽에는 제천 참사의 주원인으로 지적된 '드라이비트' 공법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 화재가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의 쌍둥이 건물인 드림타운은 화재가 발생한 2015년 당시 안전 진단을 거쳐 보강공사를 마쳤다.
당시 리모델링 과정에서 또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화재 이후 드라이비트 공법에 대한 규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이전에 세워진 드림타운은 소급 적용을 받지 않아 시에서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리모델링을 마친 대봉그린아파트 역시 측면을 드라이비트로 마감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드라이비트 공법이기는 하지만, 개정된 규정에 맞게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외벽을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건물에는 여전히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올해 초부터 6층 이상 오피스텔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 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지만, 해당 건물은 소급적용 대상이 아니다.
불이 났던 건물 인근에는 190세대 규모의 또 다른 도시형 생활주택이 건설 중이다. 한 동네 주민은 "당시에 화재를 겪었던 주민들은 대다수가 동네를 떠나 이제 화재에 대한 기억과 경각심도 거의 남지 않았다"라며 "공간만 생기면 새로운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는 것 말고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