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부실관리 실태 다수 확인…보존기간도 영구→3∼10년으로 줄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서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기록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회의를 하고도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경우가 여럿이었고, 일부 자료는 목록도 남겨지지 않은 채 폐기돼 무단 파기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국가적 보존 가치가 높은 주요 정책과 대규모 국책사업 관련 기록물에 대한 실태점검 결과를 이날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9일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나 4대강 사업, 자원외교, 세월호 참사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기록물의 생산·관리 현황에 대해 지난해 6∼8월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태를 점검했다"며 "그 결과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주요기록물을 등록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는 등의 관리 부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관련 투자심의 등 주요 정책 결정 시 회의록을 만들지 않거나, 심의 안건을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고 개인 컴퓨터에 저장하는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09년 6월 낙동강 유역 종합치수계획을 바꾸기 위한 하천관리위원회를 열고도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 관련 리스크(위기)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도 1∼14회·18∼21회 회의록을 생산하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관련 내용을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상정했지만, 당시 논의된 안건을 기록물로 남기지 않았다.
국가기록원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2009년 10월 8일 자로 '해외 석유회사 자산인수안'을 의결하고, 같은 달 26일 자로 인수대상과 인수금액을 변경·재심의했지만, 관련 안건을 등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28억5천만 캐나다달러에서 40억7천만 캐나다달러로 바뀌었다.
이 밖에 기록물을 제대로 등록·관리하지 않아 원본을 분실·방치하거나, 심지어 무단 파기 의심 사례도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 해외사업본부는 2016년 12월 과천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폐기 목록조차 남기지 않고 폐지업체를 통해 종이 서류 등을 없애 무단 파기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6∼2013년 69차례에 걸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었지만, 이 가운데 15회 분량의 회의록 원본을 분실했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 4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조직을 없애면서 도면류·비밀기록물 등 6박스 분량의 종이 기록물을 목록도 작성하지 않고 하천계획과로 넘겼다. 이 문건들은 부서 내 창고에 방치됐다.
이 밖에 국토연구원은 2010년 '4대강 살리기의 통합적 실천방안'이라는 용역을 하면서 연구자문위원회와 연구운영위원회의 개최 계획·결과 보고 문건을 만들지 않았다.
보존 기간을 '영구'로 해야 하는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 관련 기록물의 보존 기간을 3∼10년으로 낮춘 경우도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 지방권역본부에서는 4대강 사업이나 4대강보 연계 수력발전 사업 등 주요 사업의 기록물철 보존 기간을 3∼10년으로 정했다가 이번 조사에서 적발됐다.
한국농어촌공사도 4대강 사업 관련 종이 기록물인 '4대강 사업 추진점검회의(부진지구 마무리 대책)'의 보존 기간을 5년으로 하향 책정했고, '농업 분야 4대강 사업 추진계획(안) 및 최종보고서'의 보존 기간을 10년으로 정해놨다.
부실한 기록관리는 세월호 참사 관련 업무에서도 이어졌다.
국무조정실 세월호추모지원단은 조직의 고유업무인 '세월호 피해자 지원'과 관련된 과제를 만들지 않고, '국회업무'라든가 '서무업무' 같은 과제를 만들었다. 그 기록의 보존 기간도 3∼5년으로 하향 책정했다.
국가기록원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해당 기관에 시정을 요청하고, 감독기관에 감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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