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출연 10억엔 전액 韓정부 예산으로 충당…"처리는 추후 日과 협의"
"日, 스스로 피해자 존엄회복·상처치유 노력 계속해줄 것 기대"
日외무상 "합의 실행 않는것 수용 못해" 반발…국내 논란도 계속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영재 기자 =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도 일본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또 일본 정부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 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되, 기금 처리는 향후 일본과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마음의 상처 치유 등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을 해 나갈 것이며, 일본 정부에도 관련 노력을 계속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5개항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을 발표했다.
강 장관은 "피해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장관은 "2015년 합의가 양국 간에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이를 감안하여 우리 정부는 동 합의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다만 일본이 스스로 국제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 ·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한결같이 바라시는 것은 자발적이고 진정한 사과"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이 기금의 향후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울러 "화해 ·치유재단의 향후 운영과 관련해서는 해당 부처에서 피해자, 관련단체,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후속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정부는 진실과 원칙에 입각하여 역사문제를 다루어 나가겠다"며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한일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 관련단체, 국민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면서 피해자 중심의 조치들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0D9BB9800000141DE_P2.jpeg' id='PCM20180109010928044' title='강경화 장관,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 발표 (PG)' caption='[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사진합성' />
강 장관은 입장 발표 말미에 "마지막으로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피해자 여러분들께서 바라시는 바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점에 대해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정부는 성심과 최선을 다해 피해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추가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 정부의 발표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 상처치유 등을 위한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 출연,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등을 담은 위안부 합의는 일단 파기되지 않고 남게 됐다.
이와 관련,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재협상이나 파기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이날 우리 정부의 발표와 관련, "한일 위안부 합의를 실행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시 항의할 방침을 밝히는 등 일본 정부는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향후 대응 수위에 따라 위안부 합의 처리 문제가 향후 한일관계의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지원단체에서도 재협상을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기만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 전액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한 데 대해 "일본의 출연금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돈은 일단 (정부 예산으로) 마련해 두겠다는 것까지가 현재 상황"이라며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일본 측과 기본적으로 협의한다는 전제하에 구체적으로 앞으로 세부사항을 검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현재 환율로 약 94억 원) 중 화해·치유 재단에서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현금 지급 사업을 벌이고 남은 한화 60억 원 이상의 기금 처리 방향에 대해 "그 돈은 일단 그대로 있는 것"이라며 "어떻게 할지는 관련 부처에서 피해자들이나 관련 단체, 국민 의견을 수렴해 어떤 방안이 합리적이고 피해자를 위한 것이고, 피해자 중심 접근 원칙에 맞는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역사문제는 역사문제대로 한일관계는 한일관계대로 두 가지를 조화롭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견이 있는 부분은 그 부분대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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