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실형이 예상되는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한 뒤 영국 망명설이 불거졌던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런던에 머물고 있다고 태국 외무부가 9일 공식 확인했다.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은 최근 런던의 쇼핑몰에서 사진이 찍힌 잉락 전 총리의 소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사실을 지난해 9월부터 알고 있었다. 잉락이 런던에 있다는 사실을 영국 외무장관이 알려준 바 있다"며 "우리는 지속해서 연락을 취했지만, 그녀를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궐석재판에서 5년 형을 선고받은 잉락에 대한 강제 송환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영국과 태국 간에는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돼 마음만 먹으면 강제 송환을 추진할 수 있다.
또 잉락이 속해있던 탁신 계열의 푸어타이당 소식통은 현지 언론에 잉락이 현재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상태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의 첫 여성 총리로 재직한 잉락은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했다.
이는 탁신 일가의 정치적 기반인 북동부(이산) 지역 농민에게 큰 호응을 받았지만, 군부 쿠데타 이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정부를 무너뜨린 군부는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했고, 검찰은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방치했다면서 그를 법정에 세웠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잉락에게 무려 350억 바트(약 1조1천80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이와 별도로 쌀 수매와 수매한 쌀의 판매 과정에서 벌어진 부정부패를 방치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도 진행했다.
이런 일련의 재판이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해온 잉락은 지난해 8월 25일 실형이 예상되는 선고공판을 앞두고 자취를 감췄고, 대법원 형사부는 궐석재판을 열어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태국 외무부는 지난 10월 잉락에게 발급된 총 4개의 태국 여권을 말소 처리하고 인터폴을 통한 강제 송환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조처는 미뤄져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잉락 전 총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런던 서부 셰퍼즈 부시에 있는 웨스트필드 쇼핑몰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출처 불명의 소식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일각에서는 해외도피 이후 숨어 지내던 잉락 전 총리가 여론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을 공개했고, 조만간 공개적인 활동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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