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부지 도시계획변경 요청, 대전시 도시계획심의서 부결
현충원 "묘역 가로질러 진입로 내란 말" vs 대전시 "교통대책 마련해야"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사병묘역을 가로질러 진입로를 내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지 않아도 교통혼잡이 심한데, 납골당까지 생기면 현충원 일대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을 것입니다."
국립대전현충원과 대전시가 현충원 내 납골당(충혼당) 건립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부족한 안장 공간을 대체하기 위한 대전현충원의 납골당 조성계획을 대전시가 교통대책 부족을 이유로 반려했다.
10일 대전현충원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해 말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전현충원의 납골당 건립계획을 부결했다. 납골당 건립에 따른 교통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2만기 안팎의 유해가 안장된 대전현충원은 현재 제7묘역 공사가 한창이다. 대전현충원에 조성되는 마지막 묘역이다.
매년 4천500여기 정도를 안장한다고 고려할 때 4년 뒤면 대전현충원 안장 공간이 없어진다.
이를 대비해 현충원은 2021년까지 유해 5만기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당(9천500㎡) 건립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현충원 부지 관리계획을 바꿔달라는 현충원의 요청을 대전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거부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심의위원들은 현충일·명절에 참배객들로 주변이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만큼 적절한 교통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충원은 대전시가 7묘역을 만들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가 느닷없이 교통대책을 요구한다며 반발했다.
시는 앞서 지난해 5월 현충원 측에 제2진입로 건설을 제안했다.
현충원 북측과 맞닿은 유성구 노은 4지구에 새로운 진입로를 개설하면 차량을 분산할 수 있다며 국가보훈처와 대전현충원을 찾아 예산확보에 힘을 모으자고 설득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
현충원은 '도시계획 변경 부결'이 진입로를 개설하는 데 협조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시계획 변경 일정이 늦어지자 납골당을 만들어 애국·독립지사 등의 유해를 모시려 했던 현충원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권율정 대전현충원장은 "이미 후문이 하나 있는데, 그 옆으로 또 후문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호국시설 곳곳에 이렇게 구멍을 내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권 원장은 "대전시 의견대로 노은4지구 쪽에 진입로가 개설되면 사병 7묘역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현충일을 포함해 1년에 며칠 붐빈다고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진입로를 다시 내라는 대전시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심의위원 29명 중 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민간인이다. 대전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며 "대전현충원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을 게 뻔한 상황에서 교통대책을 요구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현충원은 대전시 요구대로 교통영향평가를 받아 도시계획변경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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