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입력 2018-02-10 08:01  

[연합이매진]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국 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있는 곳



(부산=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부산은 영화도시다. 최신 흥행 영화 '1987' '신과함께-죄와벌' '강철비'가 모두 부산에서 촬영됐다.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도 부산을 무대로 한다. 부산에서 영화를 촬영하면 '대박 난다'는 믿음이 생겨날 정도다.
매년 가을에는 우리나라 최고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각종 행사가 펼쳐지는 비프(BIFF)광장, 유명 영화인의 핸드프린팅을 볼 수 있는 영화의 거리가 있다. 해운대에는 영화인 전용 호텔인 시네마하우스까지 있다. 부산은 가히 국내 최고의 영화도시라고 할 만하다.
부산 용두산공원 아래에 있는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영화도시 부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로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지상 3·4층에는 전시·체험 시설, 2층에는 기획전시실, 1층에는 강의실과 영상홀이 자리한다. 박물관의 중심 구역인 3·4층에서는 국내외 영화역사를 훑어보고 영화를 직접 제작하며 흥미로운 영화의 바다에 빠질 수 있다.
박물관 간판을 보면 박물관 이름 앞에 '봄'이란 단어가 붙어 있다. 이에 대해 배난경 기획마케팅 대리는 "눈으로 본다는 의미이면서 모든 것이 새로 태어나는 계절인 봄을 뜻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의 영문 이름인 'BUSAN MUSEUM OF MOVIES'의 줄임말(BOM)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부산 영화史 출발점 된 일본인 거류지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2층 매표소에서 나눠준 RFID(무선주파수 인식장치) 카드를 들고 '체험자 등록 코너'로 가야 한다. 카드를 리더에 댄 후 사진을 찍고 닉네임(별명)을 입력하면 등록이 완료된다. 이 카드는 박물관에서 각종 체험을 할 때 필요하다.
박물관에 들어서기 전 영화 미니어처 전시실을 잠깐 방문하는 것도 좋다. 이곳에서는 영화 '스타워즈' '배트맨' '아바타'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미니어처가 전시돼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 오르면 본격적인 박물관 탐방이 시작된다. 이곳에는 19세기 말 부산에 영화가 유입된 시기부터 해방, 한국전쟁 등을 거쳐 영화도시가 되기까지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개찰구를 통과하면 영화도시 중앙역에 서게 된다. 이곳에서 '영화도시행 기차'(Train to City of Movie)에 탑승하면 3면 스크린으로 국내 첫 영화 도입, 우리나라 영화 제작, 일제강점기 영화 등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관람할 공간은 영화역사의 거리(The Street of Cinema History)인데, 부산을 중심으로 한 국내 영화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부산은 일본인 거류지에 영사기가 유입돼 활동사진이 소개되면서 영화도시로서의 첫걸음을 떼게 된다. 당시는 1897년 일본 오사카에서 활동사진이 첫선을 보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부산의 전통 일본식 극장에서는 연극, 마술 등이 공연되고 간간이 활동사진이 상영됐다고 한다. 한쪽 벽면에는 1904년 영화가 처음 상영된 부산 최초의 극장인 행좌, 일본인 거류지에 세워진 송정좌, 연극 전용 극장인 욱관이 옛 부산지도와 함께 소개돼 있다. 일제강점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옛 극장의 모형을 볼 수 있다.
1914년 욱관이 활동사진상설관으로 변경된 후 부산에는 행관, 상행관, 동래극장 등이 들어섰다. 모형 극장의 유리창 틈새를 들여다보면 나운규의 '사랑을 찾아서'(1928), 김영환의 공포영화 '삼걸인'(1928)을 잠시 감상할 수 있다. 별도 공간에서는 1948년 제작된 최후의 무성영화이자 현존하는 유일의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도 볼 수 있다.



영화역사의 거리는 무성영화 시대를 지나 발성영화 시대로 이어진다. 1927년 미국에서 최초 발성영화인 '재즈싱어'가 상영된 후 국내에서는 1929년 행관에서 일본시대극인 '돌아오는 다리'가 첫 발성영화로 관객들을 만났다. 1935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발성영화 '춘향전'이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춘향전' 촬영 당시 스튜디오에 방음 설비가 없어 멍석 1천600여 개에 물을 축여 두 겹으로 막고 촬영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영화의 필름은 남아 있지 않다.
미 군정기와 한국전쟁기에 영화인들이 겪은 이야기와 피란생활 속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사용한 유성영상기, 카메라 등 영화촬영과 상영 관련 장비도 전시돼 있다. 부산 최후의 극장간판 미술가 이야기도 흥미롭다.
영화역사의 터널에서는 필름의 발견부터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1950년대 컬러영화, 1990년대 이후 3D 영화까지 영화 기술의 발달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 영화 속 주인공 되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명작의 광장이다. 영화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네 레코드, 영화의 원작을 살펴볼 수 있는 시네 북스, 영화 포스터를 통해 영화 장르를 알아보는 영화 전찻길이 있다. 영화 '올드보이' '타짜' '식객' 등의 원작만화와 다양한 영화의 원작소설을 볼 수 있다. 박중훈·최진실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와 조정석·신민아가 주연한 리메이크작(2014)의 주요 장면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공간은 시네마 아카데미로 이어진다. '거장의 연구실'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을 감독한 부산 출신 윤제균 감독이 마중한다. 그의 인터뷰 영상과 영화 제작 노트도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장면 만들기, 대사 작성 등 영화 스토리보드를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영화촬영 도구가 진열돼 있고, 프레임과 구도 등 영화촬영기법을 배울 수 있는 촬영연구실을 지나 '감독의 영화철학'이란 공간에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나운규, 한형모, 유현목, 이만희, 이규환, 김기영, 신상옥, 하길종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감독들을 만나 영화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이 꾸는 꿈과 연결될 때 영화의 힘이 발휘된다"(존 부어맨)
"영화란 지루한 부분이 커트 된 인생이다"(앨프레드 히치콕)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이런 명언도 마음에 새겨볼 수 있다.
3층의 마지막 공간은 시네마 스튜디오. 영화를 직접 찍고 편집하는 곳으로, 방문객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공간 중 하나다. 영화 '인디애나존스'의 촬영 세트 속에서 카메라, 조명, 미술, 감독 등이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을 지나면 촬영장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타임 슬라이스와 크로마키 기법으로 영상을 손수 촬영할 수 있다. 타임 슬라이스 촬영장에서는 화면에 나온 숫자에 맞춰 공중으로 뛰면 그 순간을 카메라 16대가 동시에 찍는다. 촬영된 영상을 보면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공중에서 멈춰있는 것 같은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크로마키 촬영장에서는 가상 공간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찍을 수 있다. 무시무시한 괴물, 머리가 둘 달린 공룡 등이 나타나는 네 가지 배경 중 하나를 선택하고 배경에 사용할 소품을 더하면 움직이는 화면이 나타난다. 이후 모니터 앞에서 괴물을 피해 도망하거나 공룡과 싸우는 등 배경이나 상황에 맞는 연기를 하면 된다.
이렇게 촬영한 장면들은 편집을 거쳐 예고편 영상으로 완성된다. 예고편 영상에 자신의 이름과 영화 제목을 넣으면 자신만의 영화 예고편이 된다.



◇ 가상현실 속 짜릿한 체험

4층에 올라 국내외 영화제를 소개하는 공간을 지나면 축제의 거리와 비프광장이 나타난다. 축제의 거리에는 제레미 아이언스, 장이머우, 빔 밴더스, 김지미, 쥘리에트 비노슈, 신상옥 등 국내외 유명 영화인의 핸드프린팅 복제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방문객이 핸드프린팅 앞에 놓인 기계에 손을 넣으면 손금이 비슷한 영화인과 매칭해주고, 유명인들의 핸드프린팅 사이에 자신의 손바닥 모양과 사인을 함께 진열할 수 있다.
하이테크 체험관은 인기가 가장 높은 곳이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해 가상공간 속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자에 놓인 VR 기기를 쓰고 '좀비 데이' '공룡이 살아있다' 'WARA 부산 투어' 중 하나를 선택하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좀비를 맞닥뜨리거나 공룡이 추격해오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에는 땀이 흥건해질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
몸을 가누기 힘든 착시터널을 통과하면 시네마 파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책을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플립 북을 만들어 볼 수 있고, 슈퍼맨·스파이더맨·배트맨·아이언맨·헐크 등의 피규어를 볼 수 있다. 영화를 선택한 후 대본을 읽고 영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히는 더빙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 영화마을에서는 앨리스와 함께 이상한 나라를 탐험하고, 착시의 방을 찾아 볼록거울과 오목거울을 이용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동화처럼 꾸며놓은 놀이동산도 있다.
박물관 탐방의 마지막 공간은 박물관을 둘러보고 체험한 것을 퀴즈를 풀어보며 정리해 보는 영화의 전당이다. 박물관 옥상에 올라가면 부산항과 용두산공원에 우뚝 솟은 부산타워와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 정보]
▲ 관람 시간 = 10:00~18:00(오후 5시까지 입장 가능)
▲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 관람료 = 성인 1만원, 청소년·어린이 7천원(부산시티투어 탑승객, 항공권·KTX 탑승권, 여객선 승선권 소지자 20% 할인)
☎ 051-715-4200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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