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남북대화 와중에 때아닌 '북폭론' 주장한 美전문가

입력 2018-01-09 17:16  

평창올림픽 남북대화 와중에 때아닌 '북폭론' 주장한 美전문가
"반직관적, 도발적 주장 많지만, 일부 군사전략가, 정치지도자 등에 영향력"
카터행정부 주한미군 철수결정 때 자문관으로 참여 "정부기관 남쪽으로 이전하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북한에 대해 어떤 공격을 가하든 북한이 2천만 명이 사는 서울과 수도권에 대해 재래식 장사정포로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은 사실이다. 미군 지휘부는 '불바다'가 무서워서 북폭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런 이유로 미국의 정책이 마비돼선 안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취약성은 (한국의) 자업자득이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매개로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에드워드 루트워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이 8일(현지시간) 포린 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북한을 폭격해야 할 때"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며 덧붙인 설명이다.
대북 군사 해법론자들도 북폭론을 주장할 땐 불확실한 가정이라도 동원해 이를 정당화하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다. 핵·미사일 시설에 국한해 제한 폭격을 하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정권붕괴를 우려해 보복 공격을 해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루트워크는 이런 가면도 벗어버린 채 "미국의 국익과 세계 다른 곳의 미국 동맹국들의 국익에 대한 당면한 위험"에 대처키 위해 북한이 서울에 보복 공격을 가하는 것을 무릅쓰고 북한을 폭격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한국의 '자업자득'이라는 이유를 들어보자.
"40년 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모두 철수키로 결정(결국 1개 사단은 잔류)했을 때 나를 포함해 미국의 국방 자문관들은 한국 정부기관들과 관리들을 휴전선에서 멀리 남쪽으로 이전하고, 민간 기업들에도 강한 이전 유인책을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또한, 신축 건물마다 자체 대피시설을 갖추도록 한 스위스 취리히에서처럼 적절한 대피시설을 마련토록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년엔 한국이 북한의 로켓포의 95%를 요격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 합작 아이언 돔(포탄 요격 체제) 포대를 적정한 값에 도입할 기회도 생겼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간 한국 정부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루트워크는 심지어 "한국 정부는 아이언 돔 도입 대신 그 돈을 일본을 겨냥한 폭격기 개발에 돌렸다"며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루트워크는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도 다른 일반적인 북폭론자들과 다르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미국까지 도달하는 핵탄도미사일을 보유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는 과장임이 거의 확실하거나, 아니면 즉각적인 행동을 통해 막을 기회가 남아 있는 미래 상황일 뿐"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실전배치가 목전에 온 것은 아니지만, 폭격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서울에 대한 보복 공격 등은 "잘못된 이유"라면서 "북한에 대한 공격 명령을 주저케 하는 유일한 좋은 이유는 아마 중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어떤 경우든 북한의 보호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옛날 일"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경제 제재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 관한 한 편을 바꿨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중국이 북한 편을 들어 개입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매우 낙관적인 중국관이다.
루트워크는 그러나 "현재로썬, 미군 당국이 선제 군사 공격을 배제해놓은 게 분명해 보인다"고 좌절감을 드러냈다.
루트워크의 주장이 일반적인 전문가들과 동떨어졌음에도 불안한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전쟁은 끔찍하겠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미국이 아니라 그 지역(한반도)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린지 그레이엄(공화) 상원의원 같은 대북 전쟁 불사론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카터 행정부 때 국방 자문을 한 것을 포함해 루트워크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12월 9일 자 영국 신문 가디언은 루트워크에 대한 장문의 기사에서 그를 "군사전략가, 고전학자, 목축업자, 그리고 대통령들과 총리들과 달라이 라마의 자문관"이라고 소개하면서 "세계의 매우 강력한 사람들이 왜 그의 조언을 듣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하는가"라고 분석을 시도했다.
신문은 그에 대해 "자칭 대전략가"이지만 "(19세기의) 빈 회의에서 계략을 꾸미거나 (16세기) 메디치 궁정에서 암살 음모를 꾸미는" 인물로 그려도 무방할 것이라고 박한 평가를 했다.
"미국에서만 에드워드 루트워크 같은 인물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 최고위층의 지속적인 순진성이 그의 사업에 좋은 토양이 됐다"는 것이다.
루트워크가 자문관으로 참여했던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강력하고 지적이며 과감하며 자주 통찰력을 보이지만, 그러나 때때로 듣는 사람에 대한 충격 효과를 가하고 싶은 열망에 훼손된 주장"을 하는 인물로 에둘러 비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럼에도 메릴 맥피크 전 미 공군참모총장은 루트워크에 대해 "(전쟁론으로 유명한 프로이센의) 클라우제비츠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하는 등 직관에 반하는 그의 충격적이고 도발적이며 극단적인 논리에 매혹당한 "많은 세계 지도자들과 군 지휘관들이 그의 조언을 사고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맥피크 전 총장은 1990년 제1차 걸프전 때 이라크 폭격 계획 수립에서 루트워크의 조언을 들었다.
"고정된 틀을 벗어난 사고방식"을 가진 루트워크의 주장 가운데 대표적인 게 이라크 침공을 통해 중동의 불안정을 불러왔다고 비판받는 조지 W. 부시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처음엔 부시가 비스마르크를 뛰어넘는 전략 천재인 것을 미처 몰랐다. (그러나) 그는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교전쟁에 불을 질렀다. 그 불은 앞으로 1천 년 동안 중동을 지배할 것이다. 천재적인 한 수!"라고 평했다.
루트워크는 시리아 내전에 관해서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숙적들이 서로 싸우는 것인 만큼 시리아 내전의 시작을 즐기라는 조언을 미국 정부에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위키피디아의 인물란에 따르면, 대전략가처럼 행세하는 루트워크의 여러 가지 예측과 예언들이 틀린 것으로 판명 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2016년 3월 9일 자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도 "그의 외교정책이 보수적인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시리아와 리비아 내전 개입을 회피하며 무역전쟁을 피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모두 어긋났다.
그의 대북 무조건 폭격론이 불안한 것은 그의 자신 있는 전략가연하는 논리에 매혹당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점 때문이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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