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줄 테니 사라" 정빙기 납품…'수상한 뒷거래'

입력 2018-01-10 08:51   수정 2018-01-10 09:13

"돈 빌려줄 테니 사라" 정빙기 납품…'수상한 뒷거래'
페이퍼 컴퍼니 내세워 납품 실적 부풀려 15억원 정빙기 사업 따내
"페어플레이 정신이 최고의 가치인 올림픽 무대에서 반칙 입찰"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018평창동계올림픽 정빙기 납품 사업자로 선정된 I업체의 부정 입찰 이면에는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가 있었다.
이를 통해 정빙기를 실제 거래한 것처럼 납품 실적을 부풀려 15억원 상당의 납품 사업자로 선정됐다.
서류상 거래된 1억7천600만원 상당의 정빙기 2대 중 1대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장비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찰 업체의 적격 심사를 담당한 강원도는 I 업체가 페이퍼 컴퍼니를 내세워 납품 실적을 부풀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부실 심사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강원도가 '동계올림픽 빙상경기장 관급자재(정빙기) 구매 및 임대 사업'을 공고한 것은 2016년 2월 29일이다.
특수장비인 정빙기 11대를 구매·임대해 평창올림픽 빙상경기가 펼쳐지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 등에 납품하는 사업이다.
당시 입찰에는 3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 중 R 업체는 1순위 지위를 얻었지만 같은 해 3월 17일 적격 심사에서 탈락했다.
2순위였던 I 업체는 이로 인해 주어진 적격 심사 준비 통보를 받고서 입찰 서류를 제출, 같은 해 4월 4일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I 업체가 '잠보니 526' 1대와 '잠보니 552' 등 2대의 정빙기를 S 업체에 1억7천600만원에 판매했다며 적격 심사 때 제출한 2016년 1월 22일자 매매계약서를 보면 허위 거래라고 의심할 만한 점이 많다.
우선 거래명세표에 기재된 납품 일자(2월 3일)와 물품 이행실적 증명서에 기재된 납품 일자(2월 5일)가 서로 다르다.
대금 지급 방법은 납품 완료 후 15일 이내라고 계약서에 표기됐다. 이대로라면 적어도 2월 20일에는 입금이 마무리됐어야 한다.
그러나 정빙기 2대를 구매했다는 S 업체가 I 업체에 대금을 송금한 날짜는 정작 정빙기 납품 후 40여일이 지난 그해 3월 18일이다.
개찰 결과 1순위였던 R 업체가 적격 심사에서 부적격 통보(3월 17일)된 바로 다음 날 송금이 이뤄진 셈이다.

이는 1순위 업체인 R 업체의 부적격 통보로 얻은 기회를 잡기 위해 I 업체가 S 업체와 거래한 것처럼 위장하려고 부랴부랴 입금 실적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1순위였던 R 업체가 그대로 적격 심사를 통과했다면 3월 18일 이뤄진 I 업체와 S 업체 간의 송금 거래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특수장비인 탓에 고가인 정빙기 납품 대금이 일시에 전액 입금된 점도 허위 거래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수천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장비를 구매할 때는 통상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나눠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물품 납품(2월5일) 후 40여일이 지나 1순위 업체가 부적격 업체로 통보된 다음 날 전액을 입금한 점은 아무래도 수상한 거래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물품 대금 지급 경위가 석연치 않았다.
I 업체 대표 A(56)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S 업체에서 정빙기를 구매할 자금이 없다 보니 돈을 빌려줘서 구매하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정빙기를 납품하면서 구매자에게 받아야 할 납품 대금을 오히려 판매자인 I 업체가 구매자인 S 업체에 돈을 준 뒤 상환받는 방식이어서 납득할 수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같은 수상한 거래는 페이퍼 컴퍼니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S 업체는 I 업체 대표 A씨의 전직 회사 직원 아내 명의로 설립된 회사로, 납품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 업체가 정빙기를 구매한 사실이 없음에도 A씨의 부탁을 받고서 허위 납품 실적을 만들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 입찰 의혹을 제기했던 R 업체는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큰 행사에 참여하는 입찰이 반칙과 부정으로 얼룩져 유감"이라며 "2개 업체 모두 적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입찰을 무효로 하고 재입찰 절차가 진행됐어야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빙기 납품 입찰 과정은 무효이기 때문에 재입찰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비록 사업비는 15억원이지만 올림픽이라는 빅 이벤트라는 점을 고려할 때 I 업체의 부정 입찰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에 강원도 관계자는 "적격 심사는 입찰 업체에서 제출한 서류만 검토하기 때문에 허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평창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I 업체와의 납품 계약이 모두 이행된 상태여서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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