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코빅' 선후배 격려에 힘나…'인샬라' 유행어로 구상중"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봉사현장은 매 순간 라이브이기 때문에 방송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항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모로코에 봉사활동을 떠난 개그우먼 윤미숙(32) 씨는 10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이곳에 왔고, 이전에 개그우먼이라는 방송활동도 했기에 스스로 '모범은 보이지 못하더라도 나라에 누는 끼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케이블TV tvN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코빅)에 2014년 입성해 '자매들'이란 코너에서 까칠한 맏언니로 활약하며 웃음을 선사하다 돌연 하차를 선언하고 모로코로 날아갔다.
현재 한국의 경주와 같은 모로코의 고대 역사문화 도시 페즈에 있는 국공립 보육원에서 체육교사로 활동한다.
모로코로 떠나기 전 인기 상승 중에 갑자기 봉사활동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저를 돌아보기 위해서'라고 답했던 그는 "확실히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심적으로는 편해진 것 같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여전히 습관을 버리지 못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애석하게도 사람은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여유를 갖더라도 '무엇을 해야지', '이건 해야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 오히려 피곤할 때도 있어요. 지금도 봉사하면서 불어 공부까지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저를 못살게 굴고 있거든요."
그는 "모로코에서는 자신을 알아보는 팬이 없을 줄 알았는데 간혹 안다는 분이 나타나 놀라기도 하지만 '나를 몰라보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은 이미 한국을 떠나면서 떨쳐냈다"면서도 "귀국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두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사실 연기나 리포터, 개그 등 다 하고 싶고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생각 없이 활동해버린다면 개그를 그만둘 때와 같은 마음이 또 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감당해 낼 수 있고, 일과 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키운다면 귀국해서 어떠한 일을 한다고 해도 해내지 않을까요. 그래서 일단은 불어를 배워 올해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나중에 불어, 스페인어를 모두 구사하면서 꿈을 줄 수 있는 방송인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직항이 없어 한 번 이상 다른 나라를 경유해 비행에 17∼18시간이 걸리는 모로코지만 SNS를 통해 그는 "친했던 코빅 동기나 선후배, 작가들과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코빅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 PD들도 어떻게 알고는 연락을 해줘 큰 격려가 되고 있다"고 했다.
개그우먼 피는 속일 수 없는지 모로코 생활 속에서 배운 '인샬라'(신의 뜻대로)라는 말을 귀국해 유행어로 띄워보겠다고 한다. 모로코 사람들은 사고를 내고도 '인샬라', 약속을 어기고도 '인샬라'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신의 뜻대로 라고 핑계를 대고 약속을 어기며 얘기할 수가 있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윤 씨도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인샬라'라고 하며 현지화가 돼 가고 있다. '결혼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인샬라'라며 재치있게 넘어갔다.
그는 보육원의 체육 교사이지만 아이들이 좀 더 다양한 활동을 접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교육을 개발하고 있다. 정형화된 체육 수업보다는 웃고,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위주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한다.
협동심과 배려심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탁구공 옮기기나 변형 농구, 이인삼각과 같은 그룹 게임을 알려주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제기차기나 수건돌리기 등 한국의 고유놀이도 접목해 즐긴다. 남자아이 150여 명이 있는 보육원 특성에 맞게 쌍절곤과 같은 특기 수업도 병행한다.
매월 아이들의 수업 장면을 영상과 사진에 담아 보여주면서 피드백 시간을 갖는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며 '엄마', '이모'로 부르며 잘 따르고 있다고 한다.
한국체대 스포츠 건강관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재학시절 대학생 봉사단체들과 함께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에 나가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봉사했고, 지난 2010년 제60기 KOICA 봉사단원으로 뽑혀 에콰도르에 2년간 파견돼 체육 교사로 활동했다.
봉사를 '함께 나누고 웃을 수 있는 힐링 치유제', '서랍 속에서 꺼내 먹을 수 있는 비타민과 같은 영양제'라고 정의하는 그는 "어떠한 계기로 해외봉사를 떠나든 그저 그들의 삶 속에서 공감하고, 채워가고, 배워가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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