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고립될라"…대청호 결빙, 육지속 섬주민 '발동동'

입력 2018-01-10 10:47  

"한파에 고립될라"…대청호 결빙, 육지속 섬주민 '발동동'
옥천읍 오대리 주민의 발 되던 공기부양정 7개월째 수리 지연
호수 얼면 또다시 발 묶일 위기…당국 "이웃 마을 협조받겠다"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대청호 연안의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는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린다. 울창한 산림과 호수에 둘러싸여 배 없이는 마을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2.1t짜리 나룻배(철선)를 타고 폭 500여m가 넘는 호수를 가로질러 바깥세상과 왕래한다. 하지만 호수가 얼어붙는 겨울철에는 뱃길이 막혀 발이 묶이기 일쑤였다.
10여 가구 주민 중 일부는 꽁꽁 언 얼음 위를 맨몸으로 걸어 다니는 위험까지 감수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국수자원공사는 3년 전 이 마을에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을 선물했다. 선체 아래서 압축공기를 내뿜어 물이나 얼음 위를 자유롭게 오가도록 특수제작한 선박이다.
지난 2년간 이 선박은 주민들의 안전하고 믿음직한 발 노릇을 해줬다. 겨울철 뱃길이 막히더라도 주민들은 고립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 선박은 마을에 없다. 엔진과 선체를 지탱하는 고무밴드 등이 찢어져 수리를 맡겼는데, 7개월째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권병학(71) 이장은 "지난해 5월 충남 당진의 수리업체가 고장난 배를 끌고 갔는데, 아직 100% 수리가 안 된 상태"라며 "견적만 2천800만원이 나오는 큰 작업이어서 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 한파로 호수가 얼어붙기 시작하자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다가 또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주민 조병복(65)씨는 "뱃길이 막히면 환자가 발생해도 손을 쓸 수 없다"며 아직은 얼음이 얇아 가까스로 배 운항을 하지만, 강력한 한파가 예보돼 있어 얼마나 버틸지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옥천군은 뱃길이 막힐 경우 인접한 군북면 막지리에 배치된 또다른 공기부양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마을에도 같은 시기 동일한 형태의 공기부양정이 배치됐다.
군 관계자는 "업체 측에 최대한 수리를 서둘러달라고 요청했으며, 선박이 납품되기 전 호수가 결빙되면 막지리에 배치된 공기부양정이 두 마을을 번갈아 오가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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