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리, 두 번째 도핑 발각돼 8년 자격 정지
중국, 역도가 국제대회 출전 금지 당하는 등 도핑 위험 지대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시아 스포츠의 맹주를 넘어 세계 정상을 넘보는 중국 스포츠가 금지약물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 반도핑위원회는 강경한 대처로 약물 문제를 억누르려 노력 중이다.
중국 반도핑위원회는 10일 "여자 마라톤 왕자리(32)의 B샘플에서도 에리스로포이에틴(EPO, 적혈구 생성 촉진 인자) 성분이 검출됐다"며 "8년 동안 선수 자격을 박탈하고 벌금 4만 위안(약 655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왕자리의 코치 루치앙은 자격 평생 박탈과 벌금 8만 위안(1천31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왕자리는 지난해 중국 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오랫동안 중국 장거리 대표로 활약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2시간30분25초로 8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한 차례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이 나와 2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던 왕자리는 2017년 중국 육상선수권이 끝난 뒤 채취한 A샘플에서 EPO 성분이 검출됐고, 재검사에서도 같은 성분이 나와 징계 대상이 됐다. 그리고 중국 반도핑위원회는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
최근 중국 스포츠를 향한 불신의 눈길이 징계 수위를 정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쉐인셴 전 중국 국가대표 의무실장은 독일 공영방송 ARD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중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금지 약물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며 "육상, 수영, 역도, 축구, 배구, 농구 등 여러 종목에서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체육계는 이를 부인했고, 아직 쉐인셴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중국 역도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역도 선수 3명이 금지약물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고, 많은 종목에서 금지약물로 처벌받는 선수들이 나타나면서 중국을 향한 의혹은 더 커졌다.
최근에는 1990년대 세계육상 중장거리를 호령한 '마준런 군단'을 '도핑 의혹 사례'로 꼽는 전문가도 늘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스포츠에서 금지약물은 절대 피해야 하는 악(惡)"이라고 규정하고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을 중징계하며 의혹을 떨쳐내려 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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