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앞둔 박재양 이집트 한국문화원 초대원장 인터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한번 나일강 물을 마신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하잖아요."
박재양(59) 이집트 한국문화원 원장은 10일(현지시간) 카이로 한국문화원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현지 속담을 꺼내며 이집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 원장은 오는 17일 3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2006년 초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의 문화홍보관으로 이집트에 온지 무려 12년 만에 한국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그는 대사관 문화홍보관으로 매년 한국어 말하기, 케이팝(K-POP) 공연 등의 행사를 기획했고 2014년 10월 개설된 한국문화원의 초대원장으로 쉴 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집트 한국문화원은 한국 정부가 아랍권에 최초로 세운 한국문화원이다.
어느덧 설립 3년을 넘기면서 한국과 이집트를 연결하는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케이팝 공연뿐 아니라 한국영화 상영, 요리 강좌, 태권도 체험, 한글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집트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개최한 'K팝 페스티벌 이집트 지역 예선'에서는 행사 장소인 1천800석 대강당이 꽉 차기도 했다.
특히 박 원장은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포트사이드 등 이집트 곳곳에서 문화행사를 갈때마다 유창한 아랍어로 한국문화에 대한 특강에 나섰다.
이런 정성 덕분인지 한국 문화를 접하려는 이집트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2005년 카이로 아인샴스대에 이어 2016년 아스완대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는 등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집트인도 부쩍 늘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상품이 널리 보급되고 우리나라 국력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이집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며 "케이팝 행사만 봐도 과거에는 이집트 젊은층만 왔는데 이제는 부모와 젊은이가 함께 오는 '가족행사'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의 경우 2000년대 대장금, 가을동화 등의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문화원은 올해도 TV로 이집트인들에게 한국 드라마를 보여주려고 이집트 국영방송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
한국 문화가 이집트인들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 원장은 "한국과 이집트는 모두 문화의 뿌리가 동양문화권에 속한다고 할수 있다"며 "이집트에서 지방은 아직 부족중심의 사회로 가족을 중심으로 결속력이 강하다. 한국에서 정과 가족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외래문화를 많이 접해서인지 외국인에 친절하다"며 "많은 이집트인들이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접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이집트의 교류가 케이팝,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뛰어넘어 계속 발전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박 원장은 "양국의 문화 교류를 한차원 높이려면 영화, 미술, 공예 등 여러 부문의 전문가들이 워크샵 등으로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며 "앞으로 한국문화원이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인터뷰 도중 카이로를 '제2의 고향'으로 표현했다.
2001년 카이로 알아즈하르대에서 아랍언어학 박사학위를 딴 박 원장은 유학생할까지 포함하면 모두 25년 동안 카이로에서 살았다.
이집트와의 오랜 인연은 한국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한국에서 아랍문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작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한국에 돌아가면 이집트와 아랍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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