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불황에 새해부터 물가 뛰자 '민심 폭발'
20여개 도시서 도로점거·화염병 투척…최루가스 살포하며 진압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반정부시위가 격화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튀니지 내무부는 이번 주 수도 튀니스를 포함한 20여개 도시에서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이 잇따랐으며, 시위 참가자 2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1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49명의 경찰이 다쳤다.
알자지라 방송은 현지 통신 TAP를 인용해 북동부 해안도시 나불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저항했으며, 인근 도시 켈리비아에서 일부 시위대가 쇼핑센터를 약탈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시위대가 유대인 학교에 화염병을 투척했으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고 군 병력이 주요 도시에 투입돼 은행과 우체국, 정부청사 등을 경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생필품 가격을 낮추고 국가기관 민영화를 철회하고, 실업자에 대한 의료보험·사회보장 연금을 도입하고, 수입이 낮은 가정에 집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세프 샤히드 튀니지 총리는 저항할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반달리즘(공공기물 파손) 행위로 치닫고 있다"고 시위대를 비판했다.
이 같은 대규모 시위는 샤히드 정부가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과 28억달러(약 2조9천996억원) 규모의 차관 협정을 맺으며 약속한 긴축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1일 추가로 세금을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튀니지는 경유와 상품 가격을 올리는 한편, 자동차와 전화기, 인터넷, 호텔 숙박비 등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했다.
야당 대중 전선(PF)은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취소할 때까지 더 많은 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샤히드 총리는 올해가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6.0%에 달했던 재정적자를 올해 4.9%로 줄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튀니지 국민 대다수는 수년째 높은 실업률과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
튀니지 화폐인 디나르(dinar)의 평가절하로 인해 경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작년 말 달러 대비 디나르화 가치는 2010년 이후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물가 상승률은 6.4%로 치솟았다.
튀니지는 2011년 1월 대규모 군중시위를 통해 25년간 장기 집권해 온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냈다. 이는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지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연달아 발생하도록 자극하며 이른바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 됐다.
튀니지는 이들 국가 중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대규모 시위, 2015년 두 차례의 테러 등으로 튀니지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치명타를 입었고, 외국인투자 역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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