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세계적인 주가 강세가 석유와 비철금속 등 현물상품 가격 상승으로 파급되면서 위험을 감수한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원유가격은 3년 1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비철금속이나 귀금속도 상승 기조다. 글로벌 경기 확장으로 에너지 수요나 인프라 투자가 늘고, 금융완화로 투자자금이 유입되며 위험감수 투자가 늘었다.
뉴욕 시장의 석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한국시간 10일 배럴당 63달러대에서 움직여 연초보다 5% 높았다. 2014년 12월 이래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8년 세계 원유수요가 전년보다 1.3%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중국이나 인도의 성장 덕분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합의를 지키면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
원유가격은 미국의 한파로 연료소비가 늘어났다는 호재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산유국 이란에서의 반정부 시위도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을 부르며 매수세를 부추긴다.
반대로 미국 셰일오일 증산 등 공급을 늘리는 재료는 경시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9일 미국의 산유량이 사상 최고인 하루 1천만 배럴에 달하는 시기를 올해 1분기라고 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가격 하락 요인이지만, 같은 날 시세는 매수세가 우세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에 의한 WTI 선물 매수 폭은 2일 기준으로 1년 전의 1.4배가 되며 사상 최고 수준이 됐다.
유가 상승의 배경에는 주가상승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연초 26년 만의 고가를 찍었고, 신흥국 주식도 상승세다.
세계은행은 지난 9일 2018년 세계 실질성장률 예측을 3.1%로 상향수정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주가상승→호황→원유소비 증가" 흐름을 연상시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 이노우에 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가상승에 의한 이익으로 투자가가 리스크(위험)를 떠안기 쉬워져 원유 등 리스크 자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금은 비철금속에도 쏠리면서 상승세는 전방위 확산 중이다.
구리의 국제가격은 4년 만에, 니켈은 2년 반 만에, 아연은 10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경기지표 상승세도 버팀목이다. 미국에서 2017년 말 대규모 감세법안이 통과돼 "인프라 투자에 기대가 강해졌다"고 분석하는 시장전문가도 있다.
비철금속 부문은 공급 부족 우려가 강하다. 2018년 구리의 글로벌 수요는 2천352만t으로 전년 대비 2% 늘어나지만, 21만t의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자동차나 건재의 강판에 사용하는 아연은 시세가 급락한 2015년에 감산을 한 이후 공급량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휘발유 자동차의 배기가스 촉매에 사용하는 팔라듐도 상승하고 있다. 국제 선물시세는 트로이 온스당 1천100달러 전후로 사상 최고가 수준이다. 주산지 러시아나 남아프리카 공급이 늘지 않아서다.
팔라듐의 공급 부족은 간단히 해소되지 않고 최고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주가 상승 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 금값도 안정적이다. 주가상승 과열을 경계하는 펀드 자금이 금에 흘러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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