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학자 마페졸리의 '부족의 시대'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부족주의는 경험적으로 어떤 장소에 대한 소속감, 그리고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이 소속감은 모든 사회적 삶의 본질적 토대이다."
'일상생활의 사회학'을 추구하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쇠퇴하고 부족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말하는 부족은 혈연 집단이 아니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소집단을 뜻한다.
신간 '부족의 시대'는 마페졸리가 부족주의 출현에 대한 주장을 담은 학술서다. 프랑스에서 30년 전에 출간됐는데,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팬들이 만든 동호회, 극우 성향 누리집인 '일간베스트 저장소'는 부족의 시대를 입증하는 사례다. 사람들은 이러한 부족에 가입해 소속감을 느끼고 자아를 형성한다.
저자는 부족주의의 행위자를 합리적 성인이 아닌 '영원한 아이'로 규정한다. 그는 "지나치게 합리화된 사회, 필사적으로 모든 위험을 막아내려는 사회, 바로 그러한 사회 속으로 야만스러운 것이 되돌아온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는 부족이 증가하는 현상의 기저에는 종교의 정신과 로컬리즘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서적인 유대감과 소속감이 부족주의를 강화하는 동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부족주의가 존재, 신, 국가, 제도 등 서구를 특징짓는 실체화된 도식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역설한다. 이성과 개인을 중시한 모더니즘을 거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감성과 부족이 부상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온라인상에서 펼쳐지는 움직임을 보면 부족이 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다만 오프라인에서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혼자 밥을 먹거나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개인주의가 진정 쇠퇴할 것인지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싶다.
박정호·신지은 옮김. 문학동네. 336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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