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애·조벽, 애착손상 다룬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해가 바뀌어도 암울한 뉴스는 이어진다. 30대 부모는 자식이 숨진 뒤에도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 이웃에 나눠주고 양육 수당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의 남자 친구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고교생을 집단폭행하고 성매매까지 강요했다가 붙잡혔다. 이들보다 정도는 덜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이제 여간해서는 여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학교 폭력, '갑질' 사건 등이 이를 보여준다.
30년간 교육과 심리치료에 매진해온 최성애·조벽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은 신간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해냄 펴냄)에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근본 원인으로 '애착손상'을 든다. 애착 연구의 선구자인 존 볼비·메리 에인스워스 박사는 애착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으로 정의한다. 위급한 상황이나 중요한 욕구가 있을 때 돌봄을 기대한 대상으로부터 버려지거나 거부당한 상처가 애착손상이다.
최성애·조벽 소장은 자신들을 찾아오는 사람 중 적지 않은 이가 '금수저' 인생을 보장하는 재력과 명예가 있음에도 부모를 원망하거나 배우자를 증오하거나 처지를 비관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우리는 사람의 미래를 좌우하는 '수저'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략)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감 결핍으로 인한 애착손상이라는 발달 트라우마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다."
책은 부유한 나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도 정서적으로는 '흙수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외적 자극에 쉽게 휘둘리며 인간관계를 어려워하고 미래를 절망적으로 바라본다. 부모의 소유물로 살아왔거나, 조건부 사랑을 받았거나, 돈으로 외부인의 손에 맡겨져 자라면서 원초적인 불안감, 불신감이 뿌리내린 탓이라는 게 공저자의 진단이다.
'정서적 흙수저'는 평생 계속해서 수많은 문제 행동을 낳는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비용도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특히 애착손상이 3세대째에 진입한 미국이나 서유럽의 상황을 보면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은 어린이집과 도우미, 학교, 학원, 스마트폰, 유학원에 부모 역할을 '외주' 주는 요즘의 세태를 비판한다. 애착손상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저자들은 ▲ 노동 시간이 아니라 가족 시간을 확보하자 ▲ 애착의 질을 우선시하는 사회 시스템은 구축하자 ▲ 애착의 2차 방어선인 학교도 나서야 한다 등의 과제를 내놓았다.
312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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