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라이트 공격수 황연주(32)가 세월을 거스르는 활약으로 팀을 3연패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황연주는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4라운드 흥국생명과 홈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2개 포함 25점을 몰아치고 팀의 3-1 역전승을 견인했다.
3위 현대건설은 2연패 사슬을 끊고 11승 8패, 승점 33으로 2위 IBK기업은행(승점 35)을 승점 2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 다니엘라 엘리자베스 캠벨(등록명 엘리자베스)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9점을 올렸지만, 승리의 수훈갑은 황연주였다.
황연주는 엘리자베스의 공격이 통하지 않아 긴 랠리가 벌어질 때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노련한 타법으로 어려운 공도 척척 포인트로 연결하는 황연주의 모습은 전성기를 방불케 했다.
그런데 황연주는 이날 감기 기운 탓에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었다고 한다.
경기 후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황연주가 감기 때문에 힘을 빼고 때린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연주 역시 "감기 때문에 점프가 안 되더라"며 웃었다.
황연주는 지난해 12월 5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프로배구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5천 득점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팀은 패했고, 황연주는 그토록 원하던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팀의 패배로 속이 상해 편히 잠들지 못했다.
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 황연주는 이날 경기에서 최근 부진한 엘리자베스의 몫까지 짊어지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황연주의 활약은 공격 점유율 29.71%에 공격 성공률은 44.23%에 달했다.
황연주는 지친 기색보다는 오랜만에 팀의 주축 공격수로서 제 몫을 했다는 뿌듯함이 커 보였다.
황연주는 "아무래도 공격수라면 공격에 대한 욕심이 클 수밖에 없다"며 "공이 자주 오면 원하는 코스에 때릴 수 있어서 재미가 있고, 안 좋은 볼이나 2단 볼을 처리하면서 감각적인 부분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 이상의 점유율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이 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선두권 추격에 재시동을 걸었다. 일단 이 감독은 1위 재탈환에 욕심내기보다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당면 목표로 제시했다.
황연주는 "솔직히 1위 하고 싶지만, 욕심을 지나치게 크게 가지면 안 될 것 같다. 공격에서도 힘준다고 포인트가 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오늘처럼 힘없이 때리니까 포인트가 더 많이 나오더라.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차근차근히 하겠다"고 말했다.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황연주는 벌써 프로 14년 차다.
그는 긴 시간, 꾸준하게 활약하는 비결에 대해 "몸 관리도 중요하고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내가 할 일은 마음가짐만 단단히 먹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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