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부터 평창 성공 개최에 힘 보탠 알파인 종목 매니저
강릉서 득녀했고, 스키 코치 출신 아버지도 경기운영인력으로 평창행
(정선=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정선 알파인 코스는 정말 제 아이처럼 느껴집니다."
훤칠한 키에 금발 머리를 휘날리는 남자가 러시아 억양이 섞인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경기부 알파인종목 스포츠 매니저를 맡은 니콜라이 벨로크린킨(34·러시아)이다.
벨로크린킨은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했고, 이후 국제스키연맹(FIS) 추천으로 2015년 3월부터 평창조직위원회에 몸담았다.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도시 출신인 벨로크린킨은 스키 코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키를 즐기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 FIS 월드컵 등의 대회조직위원회에서 업무를 봤다.
변종문 조직위 경기부 알파인종목 담당관은 "소치 올림픽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평창 대회에도 관여해서 좀 더 성공적인 대회 준비를 해달라는 FIS 추천으로 오게 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3월이면 한국 생활 만 3년을 맞는 벨로크린킨은 아내, 딸과 함께 강릉에서 사는 '강원도 남자'가 다 됐다.
가족들이 러시아에 있는지, 아니면 한국에 있는지가 궁금해 "집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곧바로 "강릉 홈플러스 근처"라고 답할 정도였다.
특히 딸을 강릉에서 낳아 더욱 단란한 가정을 이루게 된 곳이 한국이라고 했다.
소치 대회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활강 코스를 비교해달라는 말에 그는 "코스 디자인은 두 대회 모두 같은 사람(베른하르트 루시)이 했지만 다소 차이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번 대회는 남녀가 같은 코스에서 활강 경기를 하는 최초의 올림픽"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벨로크린킨은 "코스 자체가 턴이 많이 되도록 설계가 됐기 때문에 한 번 실수하면 만회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회 개막을 한 달 정도 남긴 11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만난 벨로크린킨은 인터뷰 도중에도 거의 쉴새 없이 코스 위와 무전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바빠 보였다.
현재 대회 조직위원회에는 러시아인이 5명 근무하고 있으며 조직위 직원은 아니지만 대회 경기운영 인력은 대회 기간에 100명 정도가 들어올 예정이다.
벨로크린킨의 아버지도 경기운영 인력으로 평창에 힘을 보탠다.
소치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 조직위의 준비 상황을 평가해달라는 말에는 "지금 평창은 대회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 합격점을 줬다.
그는 "내가 처음에 왔을 때는 분명히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조직원들 개인적인 부분이나 전체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벨로크린킨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이 어떤 대회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그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처음 벌목 공사 때부터 봤기 때문에 내 자식이나 다름없는 장소"라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다만 이 코스가 올림픽이 끝난 뒤 자연으로 복원된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며 "이런 경기장을 올림픽 유산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올림픽을 하는 의미가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도핑 조작 혐의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는 "물론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개인 자격으로 오는 선수들이 있어 괜찮다"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내가 필요하다면 가서 업무를 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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