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설계 변경안 시카고 시에 제출하고 추진 본격화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에 건립 추진 중인 '오바마 센터'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기념관으로서의 '역사적 기대'를 외면, '사회적으로 퇴행적인' 아이디어에 입각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ABC방송·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오바마 재단'은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유서 깊은 시민공원 '잭슨 파크'에 들어설 '오바마 센터'의 최종 설계 변경안을 전날 시카고 시에 제출하고 건설 사업을 본격화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종 설계안과 함께 공개한 동영상에서 "어린 시절 한때 건축가를 꿈꾸었고, 설계 과정에 적극 관여했다"면서 "오바마 센터가 시카고 남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세계적인 문화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건립공사에 약 5천 명의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며 개관 후 2천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면서 "10년 내 31억 달러(약 3조3천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여론과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외관에 대한 불만과 함께, 미시간호변에 들어설 본관 건물의 높이가 앞서 예고된 50~55m에서 72m로 상향 조정돼 논란이 일었고 "대통령 기념관이 아닌 개인 오바마를 위한 시설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카고대학 교수진과 교직원 100여 명은 금주 초 공개편지를 통해 "오바마 센터가 지역사회에 개발에 대한 기대를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도시의 미래에 과감한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 '오류 사례'로 남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바마 센터 주차장 사업계획을 일례로 들면서 "오바마 재단은 시카고 시가 무상 제공한 공공부지에서 값비싼 주차사업을 할 예정이다. (저소득층) 남부 주민들의 땅에 부유층을 위한 주차시설이 들어서고, 사업 수익금은 전액 오바마 재단으로 돌아간다. 사회적으로 퇴행적인 구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카고 납세자들이 오바마 센터 인근 도로 확장 공사 등에 1억 달러(약 1천100억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공공기금을 바람직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볼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경제적 혜택이 더 크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곳으로 부지를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는 슬럼화된 흑인 밀집지구 '워싱턴 파크'를 기념관 건립 후보지로 고려했으나 결국 미시간호변의 유서 깊은 시민공원을 선택했다.
오바마 센터는 대통령 기념관 전례를 깨고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개인시설로 건립돼 독자적으로 관리·운영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문서와 물품은 오바마 센터가 아닌 기존 NARA 시설에 보관된다.
이와 관련해 문화조경재단 찰스 번봄 회장은 "시카고 사람들은 국가사적지로 등재된 시민공원을 내주는 대신 연방기관이 운영하는 대통령 기념관을 갖게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실제 얻은 것은 미시간호를 가로막는 고층 건물, 녹음 스튜디오·공연장·스포츠 시설 등이 들어선 민간 엔터테인먼트 캠퍼스"라고 꼬집었다.
한편 시카고 트리뷴 중견 칼럼니스트 론 그로스먼은 오바마 센터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기념관으로서의 역사적 의미를 결여하고 있다면서 "2008년 당시 유권자들의 열망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미국 독립선언문 문구를 증명해 보인 역사적 사실들을 말해줄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바마 센터는 연내 착공해 2021년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애초 작년 봄 착공 예정이었으나 기금모금과 지역사회 반발에 부딪혀 지연됐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