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올림픽 앞두고 가격 올리려던 계획 수포
가맹점주 "역마진 발생, 자체 인상 검토"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지난 연말 KFC의 가격 인상 이후 들썩이던 치킨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좌절되는 분위기다.
수년째 가격을 올리지 못한 데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과 배달수수료 인상 등으로 가격 인상 요인은 발생했지만,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외식물가를 특별관리하겠다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과 BBQ, bhc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그동안 수년째 가격을 동결했던 데다 올해부터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가격 인상을 내부 검토했으나 최근 정부가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오자 인상 계획을 당분간 접기로 했다.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영세사업자인 가맹점주들은 메뉴 가격을 인상해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가격을 올릴 수 있겠느냐"며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제1차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제14차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치킨·김밥·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상으로 소비자단체 특별물가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한 편법적 가격 인상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고 차관은 회의에서 "정부는 특별한 인상요인이 없음에도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요인 대비 과다하게 가격을 올리는 등 편법적 가격 인상 사례를 방지해 인플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 물가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전후해 물가관리 담당 부처인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외식업계를 상대로 한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의 외식업계 담당 국장은 최근 한국외식산업협회 관계자를 만나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와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설명하면서 치킨 등 서민의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품목의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말이 좋아 취지 설명이고 협조 요청이지 민간 업체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말 안 들으면 가만 안 두겠다'는 압력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에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가 8년 만에 주요 메뉴 가격을 올리자 공정위 직권조사를 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조사가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었다는 해석이 나왔고 BBQ는 가격 인상을 철회했고 일부 업체는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치킨업계는 KFC가 가격을 올린 직후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최대 성수기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였지만 정부가 물가 통제를 위해 칼을 빼 든 이상 당분간은 가격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 치킨 가맹점주는 "본사에 아무리 가격을 올려달라고 얘기해도 '분위기상 가격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수수료 등이 올라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자체적으로라도 가격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의 메뉴 가격은 대체로 본부가 정해주는 권장 소비자가에 따라 정해지지만,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가맹점주들이 상권별 임대료 차이 등을 고려해 본부에 고지한 뒤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다만 점포마다 주요 메뉴 가격이 다를 경우 가격이 더 낮은 업체에만 배달 주문이 몰리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가급적 점주들이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