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검찰이 이명박 정부 때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흘러들어 간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12일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등 당시 청와대 고위인사 3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청와대에 근무할 때 원세훈 전 원장이 이끌던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구속기소 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내내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총무기획관을 지내며 안살림을 총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과 가족까지 관리해 '집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BBK, 다스, 내곡동 사저 등 의혹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 전 부속실장은 이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곁을 지킨 인물이다.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수사는 이 전 대통령까지 미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여서 김 전 기획관 등의 혐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한 것을 보면 수사가 빨라질 듯한 분위기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사건을 조사하면서 국정원 관계자의 진술과 계좌 추적을 통해 단서를 잡았다고 한다. 원 전 국정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하다가 2009년 2월부터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원장을 지낸 MB의 '오른팔'이다. 원 전 원장은 재임 시절 부인을 위해 10억 원 가까운 국정원 자금을 빼돌려 서울 강남에 있는 '안가'를 호화롭게 꾸미고, 퇴임 후 해외연수에 쓸 목적으로 국정원 자금 200만 달러를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정보기관 예산을 그렇게 유용했으니 청와대 관계자한테 전달됐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36억5천만 원을 상납받아 개인용도에 사용한 혐의로 추가기소된 것이 불과 열흘 전이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만약 이명박 정부 때도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로 흘러가 부정하게 사용됐다면 그 자체로 충격적인 일이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국가안보를 위해 비밀유지 업무에 책정된 국민의 혈세다. 검찰은 특수활동비 가운데 대공·방첩·대테러 등에 쓰여 더 엄격한 보안이 필요한 특수사업비가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정보기관 자금이 청와대 관계자들한테 갔다면 명백한 불법이고 뇌물의 개연성이 크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국정원 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면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전직 대통령의 측근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혹시라도 논란이 빚어지지 않게 신속하고 깔끔하게 수사하기 바란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사에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 돈을 받은 사람과 액수는 물론이고 최종 사용자와 용처까지 빈틈없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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