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교황의 방문을 사흘 앞두고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성당이 잇따라 공격을 받았다고 라 테르세라 등 현지언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새벽 산티아고에 있는 성당 3곳이 사제 화염병 투척과 방화로 경미하게 파손됐다고 밝혔다.
한 성당의 문들은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전소됐으며 다른 성당에서는 벽에 스프레이로 낙서가 새겨졌다.
공격범들은 도주하면서 길거리에 마푸체 원주민의 권리 회복 운동을 칭찬하는 글이 담긴 전단을 뿌렸다. 한 전단에는 '다음에는 교황의 성복에 폭발물이 있을 것이다'라는 문구가 실리기도 했다.
성당 1곳에서는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용의자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민주주의 아래 사람들은 평화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면서 "밤사이 일어난 일들은 매우 이상하며 특정 그룹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성질의 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을 따뜻한 존경 분위기 속에서 맞아달라고 호소했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5∼18일 칠레, 18∼21일 페루를 잇달아 찾는다.
칠레에서는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해 테무코, 이키케를 방문하고, 페루에서는 수도 리마와 푸에르토말도나도, 트루히요에서 각각 일정을 소화한다.
16일 산티아고 공원에서 열릴 미사에는 50만 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17일 테무코에서 쫓겨난 조상 땅에 대한 권리 복원을 요구하는 마푸체 원주민들과 만난다.
아마존 우림 지대에 있는 푸에르토말도나도는 불법 금광과 미성년자를 포함한 인신매매 등의 범죄 산업이 활성화된 도시다. 트루히요는 작년 초 홍수와 산사태로 100여 명이 숨지고,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한 곳이다.
앞서 칠레와 페루에서는 교황청의 아동 성 학대 사제들의 처리를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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