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영정 앞 고개숙인 경찰 지휘부…"과거 잘못 성찰"

입력 2018-01-13 11:54   수정 2018-01-13 13:49

박종철 영정 앞 고개숙인 경찰 지휘부…"과거 잘못 성찰"

31주기 하루 앞두고 옛 남영동 대공분실 공식 방문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일동 묵념"
고(故)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 조사실에서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박 열사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509호 조사실은 1987년 1월 서울대생이던 박 열사가 경찰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경찰 지휘부가 단체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항쟁 30주년 기념일 전날인 6월9일 이 청장이 비공식으로 이곳을 찾아 추모한 적은 있다.
이 청장 등 지휘부는 박 열사가 숨진 509호 조사실에서 헌화와 묵념으로 고인을 추모한 뒤 1985년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고문이 끌려와 고문당한 515호 조사실에 들러 경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지휘부는 이어 센터 4층에 있는 박종철 추모전시실을 찾아 박 열사와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살펴봤다. 이 청장은 박 열사 약력이 적힌 안내판과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 청장은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많은 국민께서 30년 전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과거 경찰의 잘못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권경찰로 거듭나고자 내일 추도식에 앞서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런 추도식 때뿐 아니라 평상시에 경찰관들이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해 새로운 인권 가치를 끌어내도록 지휘부부터 마음에 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맡고 있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 운영을 시민사회에 넘겨 접근성을 높이고 인권기념관을 설치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청장은 "기본적으로 국가건물이어서 무상 임대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시민단체와 만나 실정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협의를 진행해 그분들의 뜻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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