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자리 정책 오히려 일자리 줄일 수 있어"…최저임금 영향은 의견 갈려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부 일자리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며 민간 차원의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를 만들려면 민간 기업이 투자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민간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 연관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와 거꾸로 가는 정책이 많다"며 "최저임금 1만 원이나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고용뿐만 아니라 임금에서 유연성이 증가해야 한다"며 "이번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자리에 쏟아붓는 액수는 커 보이지만 민간 규모가 커진 현재 한국 경제에는 정책 효과가 높지 않다"며 "최저임금 포기 외에는 일자리 해결방법이 딱히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유례가 없는 정책의 첫 테이프를 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등의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면 최저임금의 고용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민간 기업 추가 고용 어려워…청년 고용은 더 어려워진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일자리를 만들려면 민간 기업이 투자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정책은 노동시장의 비용구조에 영향을 주는 정책들이다. 이런 정책의 영향은 기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기업은 비용을 반영해 직접 가격을 움직이거나 그렇지 못하면 고용을 줄인다. 그런데 가격을 움직이면 정부가 다시 규제하니까 결국 고용을 줄이는 쪽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추가 고용을 어렵게 하고 특히 청년 고용은 더 해결이 어려워진다. 이런 방향이라면 노동 비용구조만 악화한다. 유럽에서도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국가일수록 청년실업률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공무원 채용을 일자리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민간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 연관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 "엇박자 일자리 정책…전체와 세부가 따로 노는 느낌"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엇박자가 나는 부분이 많다. 전체와 세부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고 최저임금을 올리며 대기업에 거리를 두는 모습은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이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와 거꾸로 가는 정책이 너무 많아서 상충한다. 지금이라도 뒤집을 수 있는 부분은 뒤집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에 집착하지 말고 지역이나 산업별로 유연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공부문이 아닌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전제로 기업 친화적 정책 패키지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현 정부 일자리 정책 틀리진 않았지만 고용·임금 유연성 높여야"
-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일자리는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서 많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재정투입은 일시적으로 일자리가 빨리 줄어드는 것을 완화하는 미봉책일 뿐이다.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 상황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는 시장에서 생기므로 정부는 시장에서 기업이 성장할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고 현 정부의 현재 일자리 정책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고용뿐만 아니라 임금에서 유연성이 증가해야 한다는 것이 한 20년간 한 얘기인데 전혀 안 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보수 정부가 하면 기업 편을 든다고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기에 이번 정부가 가장 적합하다.
◇ "이대로 가면 일자리 최대 25만명…최저임금제 포기해야"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올해 일자리는 아무리 많아도 25만명 정도로 예상한다. 악재들이 많다.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이 고용을 줄인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화,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등이 그렇다. 올해는 건설투자 증가율이 거의 제로다. 작년에 일자리가 31만개 정도 나왔는데 그중 11만개가 건설투자 쪽이었다. 산술적으로 11만개 일자리는 날아간다. 최저임금제 포기 이외에는 해결방법이 딱히 없다. 한국은 민간부문 비중이 커졌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없다. 일자리에 쏟아붓는 액수만 놓으면 커 보이는데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미약하다. 현 정부의 정책은 과거에는 통했지만, 규모가 커진 현재에는 안 된다. 창업과 벤처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는데 속도를 내야 한다.
◇ "일자리 안정자금 효과 나타나면 최저임금 부정 영향 크지 않을 듯"
- 정대희 KDI 연구위원 -
작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예산을 확대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실업자 수만을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현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예산이 어디로 나갔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은 근로자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높이는 등 선순환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려가 크다. 따라서 일자리 안정자금 등 시동을 거는 관련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례가 없던 정책이기 때문에 첫 테이프를 끊는 일이 잘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3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등이 예상만큼 집행된다면 최저임금의 고용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건설투자 감소에 따른 취업자 수 조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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