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상·비정규직 축소·건설투자 급감에 전문가 일자리 30만개 하회 전망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정부가 올해 역대 최대 예산을 쏟아부어 지난해와 같은 32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건설투자 급감 등이 맞물리면서 일자리 만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정책은 고용의 질은 개선하겠지만, 고용의 양에는 타격이 될 수도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일자리 증가 폭이 정부 전망치보다 최대 7만개 적은 25만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성적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이후 최악이 된다.
◇ 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축소+건설투자 급감…3중고 예고
14일 정부와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건설투자 급감과 맞물리면서 일자리 만들기가 녹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정책은 근로조건 등 고용의 질은 개선하겠지만, 사업체의 비용부담을 확대해 고용의 양적 측면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정부도 올해 16.4%의 최저임금 인상은 적어도 3∼6개월간은 고용감소를 초래하는 요인이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2007년 정부가 최저임금을 12.3% 인상한 뒤 이듬해부터 시행했을 때 3개월간 고용에 조정이 있었다. 앞서 지난 2000년 올해보다 더 높은 16.6% 인상했을 때는 6개월간 고용에 조정이 있었다.
다만, 정부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용감소 영향이 축소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고 건설투자가 급감할 것이라는 점도 일자리 만들기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0.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현대경제연구원도 1%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0.4%, 금융연구원은 -0.9%, 한국경제연구원은 0.1%로 전망했다. 지난해 7.4%에 달했던 건설투자 증가율이 0%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31만7천개 중 건설업 일자리가 3분의1이 넘는 11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일자리 만들기는 녹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 일자리 증가폭 25만개?…2009년 이후 최악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일자리 증가규모가 정부의 예상치인 32만개보다 훨씬 적은 25만∼29만개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이 실현될 경우 올해 일자리 증가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7만2천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규모는 2010년 32만3천개, 2011년 41만5천개, 2012년 43만7천개, 2013년 38만6천개, 2014년 53만3천개, 2015년 33만7천개, 2016년 30만개, 2017년 31만7천개 늘어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등 정부 정책과 건설투자 급감으로 20만명대 초중반, 최대 25만개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도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27만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고 건설투자가 제로성장에 머물면서 관련 부문의 고용수요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정책이 고용의 질을 개선하겠지만, 사업체의 비용부담을 확대해 고용의 양적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2017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8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2018년 취업자는 약 29만6천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궤도에 들어선 이래 가장 높은 최저임금 16.4% 인상은 일자리의 질이나 소득개선에는 긍정적이지만 고용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지난 연말 경제연구기관장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정택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27만명,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29만명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송원근 부원장은 "IT 등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업종에 의존한 성장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기존의 경직된 노동시장 및 고용 관행에 더해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책적 변화가 고용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