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승소한 원고, 2심서 패해 대법원에 상고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암(癌) 보험 가입자가 악성종양만큼 위험한 양성종양에 걸렸다면 암에 걸린 것으로 인정받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14일 서울서부지법 등에 따르면 A씨는 희귀 양성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아내를 대신해 아내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4천74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이 법원에 제기했다.
A씨 아내가 가입한 암 보험 약관은 가입자의 신체에서 발견된 종양이 악성종양, 즉 암일 때만 보험금을 주도록 했다. 또 암 진단을 할 때 조직검사 등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할 때만 임상학적 진단을 인정한다고 규정했다.
A씨 아내는 2007년과 2013년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두 번째 수술 직후 종양 조직검사에서 '상세 불명의 수막의 양성 신생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양성종양, 즉 암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후 환자를 지속해서 진찰한 담당 의사는 2015년 4월 "조직학적으로 양성종양에 해당하나 수술 이후 경과와 현재 상태 등을 종합한 결과 임상학적으로 '상세 불명의 수막의 악성 신생물'에 해당한다"는 진료 확인서를 발급했다.
A씨 아내를 수술한 병원은 "환자의 뇌종양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보고되고 교과서적으로도 그 분류가 없는 위치에 발생했다. 이 부위를 완전히 절제하면 사람은 생존할 수 없다"며 "상태가 계속해서 나빠졌는데 이는 이 종양이 '행실이 나쁜 뇌종양'임을 뒷받침한다"는 소견을 법원에 냈다.
담당 의사와 병원의 의견을 바탕으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서부지법 민사3단독 추성엽 판사는 "원고의 종양은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부위에 발생했고 임상적으로 그 진행이 생명에 큰 위험을 줄 수 있었던 관계로 임상적으로 악성종양에 준할 수 있다"며 "보험금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같은 법원 민사합의1부(신종열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보험 약관을 엄격히 해석했다. 원고의 종양이 조직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병리학적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임상학적 진단과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보험사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종양은 발생 위치, 치료 방법, 예후 등에 비춰 임상학적으로 악성종양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병리학적으로 악성종양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 약관은 병리학적 진단을 원칙으로, 임상학적 진단을 예외적 수단으로 규정했다"고 봤다.
이어 "계약 체결 당시 악성종양에 준할 만큼 위험한 양성종양도 악성종양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정하지 않은 이상 단순히 그 위험성만으로 명시적 약정에 반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획일적인 약관 해석은 다수 보험 가입자의 곤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달 9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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