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왜 이러나] ② "다주택자 규제가 강남 집중 불러"

입력 2018-01-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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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왜 이러나] ② "다주택자 규제가 강남 집중 불러"
똑똑한 한 채 '신드롬'·출구 없는 규제가 매물 품귀 초래
"대출 강화로 서민들만 피해…공급 늘리는 시그널 줘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신년 벽두부터 서울 요지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부동산 시장에선 노무현 정부 당시 정국을 뒤흔든 집값 트라우마마를 다시 떠올리고 있다.
당시 강남을 비롯한 '버블 세븐' 집값을 잡겠다고 강력한 규제를 쏟아냈지만 결국 강남 집값 폭등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똑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이와 같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정부 정책 변화가 역으로 강남 선호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살지 않는 집은 팔라"며 던진 다주택자 규제 정책이 되레 '똑똑한 한 채' 신드롬을 낳으며 서울 요지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만 높였다는 것이다.
◇ 유동성 장세 속 정부 규제가 매물 부족·강남 희소성 키워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강남 등지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1천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가 급등, 가상화폐 열풍 등이 사회 현상으로 번지는 가운데서도 결국 안전자산인 강남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드는 형국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지금 강남 집을 가진 사람들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고, 강남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 규제로 가격이 떨어져도 팔지 않고 자식한테 물려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1
수요는 넘치는데 정부는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권에서 매물이 나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풍선효과를 두려워한 나머지 8·2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을 한꺼번에 지정·시행면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는 거래 자체가 막혔고, 서울 11개 구 투기지역에선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양도세가 즉각 10% 중과됐다. 다주택자에게 매물을 내놓으라고 엄포는 놨는데 집을 팔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반포·개포동 일대 조합인가 이후 재건축 아파트의 거래가 금지되니 잠실 주공5·은마·압구정 현대 등 재건축 초기 단계의 거래 가능한 아파트로 자금이 비정상적으로 쏠리는 것"이라며 "정부는 양도세 중과 법이 시행되는 올해 4월까지 시간을 줬다고 생각하겠지만 집이 2채만 있어도 이미 작년 8월부터 양도세가 중과됐는데 누가 선뜻 집을 팔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요 감소에 비해 시장에서 유통 가능한 물건이 더 많이 줄다보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집값이 너무 올라 강남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극도의 불안감이 비합리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복지로드맵이 늦어진 것도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를 불러 왔다. 임대사업자 인센티브를 봐가며 매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9월에 나오기로 했던 로드맵이 12월로 늦어지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도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임대사업 인센티브 안이 늦어지니 매물은 안나오고, 그 사이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버티기로 선회한 것"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보유세를 올려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5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는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학생 선발 우선권을 폐지하기로 한 정부의 교육제도 개편 방향 발표 이후 '명문고' 진학이 가능하고 학원 시설이 잘돼 있는 강남 등지로 수요자들이 다시 몰리는 것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가 자사고 폐지 방침을 내놓고 과거 강남 8학군 시절로 되돌아간다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며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가볍게 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시행으로 서울지역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서울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초과이익환수 등 강력한 재건축 규제로 이명박 정부 내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중단되고 집값이 하락했다가 결국 규제가 풀리면서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는 것을 학습으로 알고 있다"며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면 당장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서울의 공급이 줄어들어 서울 주택의 희소가치만 높여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늦추더라도 집값 상승세를 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송파구 방이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어차피 준공 30년 된 아파트가 지금부터 재건축을 추진해도 최소 10년 이상은 족히 걸린다"며 "정부가 재건축 가격을 잡겠다고 재건축 연한을 다시 40년으로 늘린다면 가격을 잡기보다는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불안심리만 더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에 얽매일 필요 없어…대체 공급 늘리고 서민 대출 규제 풀어야"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부가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을 상대하며 부동산 정책을 퍼붓기 보다는 강남 만한 주거지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집값이 크게 하락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외부 충격도 있었지만 '반값 아파트' 공약에서 시작된 서울·수도권 요지의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무주택자들이 주택 구입을 하지 않고 분양 대기 수요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박원갑 위원은 "무주택자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게 시급하다"며 "정부가 밝힌 서울 시내 공공택지 개발계획들이 조속한 시일 안에 구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세 등 세금은 제대로 부과하되 강남 시장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지금 강남 재건축 투자자들은 대출에 별로 의존하지 않고 5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투자자가 많은데 정부가 이들을 다 투기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부자라도 정상적으로 세금만 낸다면 투기세력, 적폐세력으로 몰아부치고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책임연구위원 역시 "어차피 강남은 절대 집값이 높아 들어올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인데 정부가 강남과 전면전을 펴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소모전이라는 생각"이라며 "정부 정책이 집중되면서 강남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것이 아니라 대체 주거지와 대체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집값 상승세는 단순히 재건축 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서울 진입을 하려는 수요자는 많은데 유통 가능한 공급 물량이 왜 줄어들었는지는 다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극심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과도한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허 위원은 "현재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너무 경직돼 있어 정부 의도와 다르게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사고,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은 집을 못사는 꼴이 되고 있다"며 "대출 규제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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