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반군 "학살 피해자는 민간인"…미얀마 정부 "테러범·민간인 구분 어려워"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일축해온 미얀마군이 처음으로 10명을 죽여 암매장했다고 시인한 가운데, 학살 피해자가 테러범인지 민간인인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얀마 경찰초소를 습격해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촉발했던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전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군이 학살해 암매장한 10명이 민간인이라고 주장했다.
ARSA는 "역사상 처음으로 '버마'(옛 미안마)군이 무고한 로힝야족 시민 10명을 잔혹하게 죽여 암매장했다고 시인했다"며 "라카인주 마웅토의 인딘 마을의 집단무덤에서 발견된 10명은 ARSA 대원이 아니며 ARSA 연계 세력도 아니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그들이 국제범죄를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버마군'이 팔려는 스토리는 한치도 논리적이지 않으며 수용할 수 없다"며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버마' 정부는 즉각 독립적인 국제 조사와 국제기구의 해당 지역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RSA의 이날 성명은 로힝야족 살해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대상을 테러범이라고 규정했던 미얀마군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미얀마군은 일부 군인들이 지난해 9월 2일 주민과 함께 10명의 무장 이슬람교도를 살해해 암매장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당시 군부는 불교도 주민들이 테러범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체포한 테러범들을 경찰서로 이송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죽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혈사태 이후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난민들은 미얀마군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이 민간인이라고 반박했고,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이 인정한 학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이처럼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는 ARSA 대원들과 민간인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놓았다.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누가 테러범이고 누가 무고한 주민인지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살해된 사람들이 ARSA의 일원인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로부터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사태를 방관한다는 지탄을 받아온 수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회담에서 "국가는 법치에 대한 책임이 있다. (군부의 학살 시인은) 책임을 지기 위한 여정의 첫 단계로 긍정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는 지난해 8월 25일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 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 정부와 군부는 즉각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65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민간인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양민 수천 명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쫓아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이런 주장을 토대로 미얀마군의 행위를 전형적인 '인종청소' 사례로 규정해 규탄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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