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가상화폐 거래에 이용되는 은행 가상계좌의 실명확인이 의무화된다. 이를 거부하면 입금 제한 등 페널티(벌칙)를 받는다. 금융위는 14일 "가상화폐 거래 금지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거래를 최대한 위축시키는 방법으로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최대한 빨리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가상화폐 특별대책에서,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발급을 중단하고, 기존 가상계좌에 대해서는 '실명거래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실명거래제 도입 시점을 이달 말로 정해, 지난 12일 농협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 통보했다. 가상계좌는 대량의 자금 모집이나 이체 시 쓰는 개별고객 식별계좌인데, 해당 기업 등이 식별계좌를 직접 발급하고 관리해 현재는 실명확인 절차가 없다. 금융위는 가상계좌 실명확인의 풍선효과로 늘어날 수 있는 일명 '벌집 계좌'도 차단하기로 했다. 후발 가상화폐거래소들이 많이 쓰는 '벌집 계좌'는 발급받은 법인계좌 아래 거래 내용을 수기(手記)로 담는 것이다. 이 계좌는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고, 해킹 시 거래자금이 뒤엉켜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금융위는 가상계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던 사람들이 실명확인에 응할 경우 가급적 예외 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가능한 한 많은 거래자를 실명확인 시스템 안으로 유도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 가상계좌 거래자의 신원이 드러나면 상당한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범죄수익 은닉, 비자금 조성, 탈세 등 불법적 목적의 거래는 일단 자취를 감출 듯하다. 신분이 드러나면 곤란한 공직자나 기업인, 청소년 등의 거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가상화폐 거래세 부과와 관련해 과세 자료를 미리 확보하거나 거래 한도설정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가상화폐 투기 바람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실명확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진작에 이런 식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갑자기 거래소 폐지까지 언급했다가 수 시간 만에 거둬들인 지난번 조치는 여러모로 성급했다. 투자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측면도 아쉬웠다. 반면 가상계좌 실명확인 카드는 일단 법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투기 동기가 무엇이든지 정상적 거래라면 거부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일정 기한 안에 실명전환을 하지 않으면 과징금 등 다양한 불이익을 줬듯이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세가 됐든, 한도설정이 됐든 다음 조치도 시장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신중히 검토하는 게 좋다. 덜 익은 상태에서 함부로 내놓으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시장과 거래자들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그 피해는 대부분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정부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게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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