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이란 유조선 화재 8일만 침몰후 싣고가던 기름 유출
유조선 초경질유 콘덴세이트 빠른 유출…해양생태계 악영향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동부 해상에서 화물선과 충돌한 파나마 국적의 이란 유조선 '상치(SANCHI)'호가 화재 8일만에 폭발과 함께 완전 침몰하면서 최악의 환경 재해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 관영 영문일간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 이번 침몰로 선박에 실려있는 기름이 바다에 유출되면서 해양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생태계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상치호는 14일 오후 5시(현지시간)께 격렬한 폭발과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폭발 당시 화염은 1㎞, 연기는 3㎞까지 치솟았으며 이로 인해 선박이 크게 파손된채 침몰했다고 중국 운수교통부는 밝혔다.
마쥔(馬軍) 중국 공중환경연구센터 주임은 "유조선 침몰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상치호에 실린 콘덴세이트(응축유)는 초경질유의 하나로 다른 원유류와는 성질이 달라 해양 생태계에 매우 유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에 실린 기름이 일주일간의 화재로 얼마나 연소됐는지 파악하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상치호에는 콘덴세이트 13만6천t이 실려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유조선에서 유출된 유막이 사고 주변 수역 10㎢에 걸쳐 퍼져있다고 전했다. 현장 구조대원들도 기름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중국중앙(CC)TV에 전했다.
이에 대해 당초 콘덴세이트유의 휘발성이 매우 강해 환경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던 중국 국가해사국은 폭발 침몰이 현실화됨에 따라 다시 기름 유출 상황과 환경 영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조선 화재 침몰사고가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어장중 하나인 저우산(舟山) 어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사고 현장의 풍향은 저우산항을 바라보는 동남향이다.
중국에너지정책연구원 원장인 린보창(林伯强) 샤먼(廈門)대 교수도 "콘덴세이트유가 배와 함께 수장되는 것보다 불에 연소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환경재해를 우려했다.
린 교수는 "침몰된 선박에서 계속 흘러나오게 될 기름이 해양생물과 만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해양환경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려면 기름 유출량을 파악하는게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침몰로 실종된 선원을 찾는 작업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유조선에는 이란 국적 선원 30명과 방글라데시 국적 선원 2명 등 총 32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는데 이중 시신 3구만 발견했을 뿐이다.
현장에 파견돼 있는 이란 구조대의 모하메드 라스타드는 "실종된 선원 가운데 생존자를 찾을 희망은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충돌한 화물선 선원들로부터 상치호에 탄 선원들이 충돌 초기 폭발과 가스 유출로 인해 한시간만에 전원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침몰 하루 전인 지난 13일 중국 구조대원 4명이 상치호 갑판에 올라 시신 2구를 추가 수습한데 이어 브릿지에 진입해 VDR 설비 등 블랙박스 회수에 성공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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