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수십년간 여성에게 술 판매를 금지하는 법규를 유지해 온 스리랑카가 최근 이를 폐지했다가 나흘 만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등 혼선을 보이고 있다.
15일 현지 인터넷신문 콜롬보페이지에 따르면 마이틀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전날 여성들도 술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재무부 조치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불교 신자가 국민 70%를 차지하는 스리랑카는 1955년 법률로 여성은 술을 살 수 없고 당국 허가없이 술 판매 매장에서 일할 수도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여성이 술을 마시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고 남성이 술을 사서 여성에게 술을 건네주는 것은 막지 않았기에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도 여성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또 법규와 상관없이 여성들에게 술을 파는 매장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무부는 이달 10일 관보에 게재한 특별행정명령을 통해 18세 이상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합법적으로 술을 살 수 있고 당국의 승인 없이도 주류 판매 매장에서 일 할 수 있도록 했다. 재무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였던 주류 판매점 영업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확대했다.
그러나, 시리세나 대통령은 "이 같은 특별행정명령이 공포된 것을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면서 "15일부터 이를 모두 무효로 해 여성 주류 구매 금지 법규를 되살린다"고 14일 밝혔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최근 주류 규제 개정과 관련해 총리와 재무장관에게 내 견해를 전달했다"면서 "내가 관여해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의 조치는 여성 주류 구매 허용이 스리랑카의 가족문화를 파괴할 것이라는 불교 승려들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행정부의 결정을 대통령이 나흘 만에 뒤집은 데 대해 시리세나 대통령과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 사이에 정치적 균열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015년 취임한 시리세나 대통령은 스리랑카자유당(SLFP) 소속으로, 통일국민당(UNP) 소속인 위크레메싱게 총리와 정당이 다르지만 지난 대선에서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3선을 막고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