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기자회견서 지적…"日 독자 운영 주장도 믿기 어려워"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일본에 배치될 예정인 미국의 지상형 이지스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의 기능과 통제권 등에 강한 의혹을 표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연례 신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일본이 새로 도입하는 미국 MD 체계 이지스 어쇼어를 독자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지구상의 어디든 자신들의 무기를 배치하고 그것에 대한 통제권을 배치국에 넘기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면서 "일본에서 미국이 예외를 만들 가능성에 아주 큰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일본으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한 보다 설득력있는 자료를 받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스 어쇼어의 운영권을 전적으로 일본에 넘긴다는 미·일 양국의 설명과 달리 미국이 MD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것이고 결국 이는 일본이 미국의 글로벌 MD 시스템에 편입됨을 의미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 목적이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라는 일본과 미국 측 설명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라브로프는 "일본 동료들은 자국에 배치될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이 한국과 유럽에 배치된 (MD) 시스템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러시아 자료에 따르면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은 공격용 무기 적용이 가능한 보편형 발사대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스 어쇼어가 한국에 배치된 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과 마찬가지로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용 기능뿐 아니라 미사일을 발사하는 공격용 기능도 갖추고 있어 유사시 북한 미사일 요격 외에 다른 목적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미국도 러시아에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니 걱정 말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각의(국무회의)에서 이지스 어쇼어 2기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아키타(秋田)현, 야마구치(山口)현에 각각 1기씩 배치해 2023년 운용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지스 어쇼어가 배치되면 일본은 이지스함에 탑재하는 해상배치형 MD 'SM3', 지상배치형 MD 'PAC3'과 함께 3단계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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