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고용·주가 '탄탄대로'…보호무역 깃발 들고 G2 충돌 신호탄
감세·재정적자 '양날의 칼'…파월號 긴축 스케줄도 변수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좌충우돌로 일관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년에서 유일하게 호평이 가능한 분야를 꼽는다면 바로 경제다.
매달 행정부의 경제성과를 평가하는 야후파이낸스·무디스애널리스틱스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1년째인 올해 1월 성적표로 'B+'를 제시했다. 실업률·수출·증시·성장률 등 6개 부문별로 평가한 결과다.
1년간 낮을 때는 'B', 높을 때는 'A-'를 받으면서 대체로 'B+'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트럼프노믹스'의 기여도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지표상으론 양호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곳곳에 불안 요인이 잠복한 모양새다.
◇ 트럼프號 일단 순항 =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트럼프노믹스는 순항하고 있다.
'완전 고용' 상태로 평가되는 실업률은 올해 3%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초강력 허리케인들의 충격에도,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3년 만에 가장 높은 3.3%를 기록했다. 실물경제의 탄탄한 흐름은 고스란히 기업 실적과 주가에 반영됐다. 뉴욕증시의 주요 인덱스들은 지난 1년간 20%대 치솟았다.
물론 트럼프노믹스의 성과물이 아니라는 비판적 주장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9년째 경기확장 국면의 연장선인 데다, 글로벌 증시 전반이 급등 랠리를 이어가는 측면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달러화 가치가 유례없는 약세를 이어가는 것도 트럼프발(發) 동력이 아니라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 '양날의 칼' 감세 = 고스란히 트럼프노믹스의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감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에 마침표를 찍었다. 향후 10년간 1조5천억 달러(1천600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31년 만의 최대 감세다. 이를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외국에 쌓여있는 현금을 미국으로 끌어오겠다는 취지다. 금융권은 0.2~0.3%포인트 성장률 상승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재정적자다.
애초 트럼프 행정부는 현행 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ACA)를 전면 폐기해 막대한 예산을 절감하고, 그 범위 내에서 감세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론 오바마케어 폐지가 무산된 채 감세만 이뤄졌다.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시장 친화적 '파월 카드' =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 역시 앞으로 트럼프노믹스의 향배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65) 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에 지명했다. 다음 달부터 '경제 지휘봉'을 쥐는 파월은 시장 친화적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기존 재닛 옐런 체제의 점진적인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올해 3차례, 내년 2~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주변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주식을 비롯해 자산가치 가격부담은 지나치게 높아졌고, 경기확장 국면도 '끝물'에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파월 체제의 정책조합에 따라 '트럼프노믹스 2년차'도 직접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 '외톨이' 보호무역…得이냐 失이냐 = 통상부문에서는 보호무역 정책을 속속 실행에 옮기는 1년이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강행했다. 우리나라에도 칼끝을 겨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론을 몰아붙이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통상질서에 역행하는 나 홀로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현재로서는 명확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고립만 자초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지난 5일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주요 석학들은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경제에 득(得)보다는 실(失)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 '아슬아슬' G2 무역전쟁 조짐 = 보호무역주의는 '제2의 경제대국' 중국과의 충돌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환율조작·덤핑으로 불공정하게 무역흑자를 쌓았다며 '중국 때리기'를 이어갔다. 특히 작년 8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 기술이전 요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무역압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중국도 무기력하게 물러서지는 않을 태세다.
당장 중국은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다. 최근 "중국이 미국 국채의 매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미확인' 외신보도에 월스트리트는 종일 출렁였다. 중국 당국은 즉각 부인했지만, 일각에선 중국의 반격을 예고한 경고성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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